당시 나는 6남매 자녀의 교육을 시켜야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때는 대학교에 두 자녀의 등록금을 동시에 납부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모든 공무원 봉급이 다 그랬듯이 학교의 봉급으로는 우리 가족 9식구의 생계비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음악 개인 레슨을 하여 자녀 교육비를 충당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서도 자녀들의 등록금 날짜를 한 번도 지연해 본 일은 없었으나 노후의 생계와 대책이 점차적으로 염려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교육자의 노후 대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나는 하는 수 없이 교육자의 길이 보람 있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승의 길이었지만 배화에서 8년 6개월간, 낙양에서 8년 3개월간 그리고 고계학교 등에서 근무한 약 2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모두 마치고 47세의 나이로 교단을 떠나기로 하였다.
학교를 나온 나는 제일 손쉬운 직업이면서도 음악과 가장 연관이 있는 직업이 되는 다방업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그것도 자본금이 없어서 영등포 집을 팔아 배화여고 근처인 필운동에 집을 마련하고 조금 남는 돈으로 시작했다.
다방 경영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 결과 다방 4개를 거쳐가면서 그런대로 성업이 되어 점점 확장을 해나갔다. 맨 나중에 운영한 다방은 종로2가 고 윤보선 대통령 소유 빌딩에 있던 ‘희’ 다방이었다. 그 <희다방>은 규모나 위치 또는 영업실태 등으로 보아 다방업계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업소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뜻밖에도 운영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하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다방은 소위 깡패들의 아지트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을 모르고 사 들어간 나는 영업을 개시하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곳은 당시 소위 종로파 깡패 두목의 아지트였다.
내가 업소를 지키고 있을 때에는 조금 평온한 것 같다가도 잠시 자리를 비운다든지 하면 담뱃재떨이가 윙하고 날아가 벽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에 놀란 손님들은 기겁을 하여 찻값도 내기 않고 나가는 것이 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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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화여고 합창단 국립극장에서 연주(1966.) / 나는 배화여고 교사를 끝으로 정든 교직을 떠나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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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이것을 경찰에 신고하여 소탕작전도 해 보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로 인해 종로경찰서 강력반 형사와 본의 아니게 가까이 지낸 일도 있었다. 결국 그 깡패들을 내쫓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그 희다방은 2층이었는데 같은 건물 3층이 마침 비게 되어 그 3층을 빌려 칸토(CANTO)라는 다방을 희다방과 같은 크기의 규모로 또 하나 신설하였다. 칸토라는 이름은 내가 지은 이름인데 이탈리아 말로 노래라는 뜻이다. 내가 노래를 좋아하기에 그 뜻을 가진 이름으로 칸토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칸토다방의 음악은 당시 유행하던 팝송 등의 대중음악을 틀어 주었더니 젊은 세대들이 들끓기 시작해 결국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다방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니까 2층 희다방은 중, 노년층이 애용하고 3층은 젊은층이 애용하는 곳으로 자연 분류되었다.
그리고 그 위 4층은 오래 전부터 영업해 오던 클래식 음악감상실 르네상스가 있어 그 건물 2, 3, 4층 모두가 다방과 음악감상실로 장안의 명소가 되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나는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던지 그 다방으로 음악인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하여 대화를 하던 중 오페라에 대한 화제가 무르익어 드디어 <대한 오페라단>을 창단하게 되었다. 단장 겸 이사장에는 물론 내가 맡기로 하고 상임이사에는 장영, 이사에 임만섭씨 외 6명을 선정하여 문공부에 창단등록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