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오페라단 창단
대한 오페라단을 거의 마무리 짓고 사업에 열중하고 있던 때였다.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은 나의 모교이기도 하려니와 졸업 후 나는 음악대학 동창회장직을 약 7년간 역임하면서 조영식 총장으로부터 공로패를 수상한 바도 있다. 그런 관계로 나는 재학시절보다도 오히려 졸업 후 더욱 학교에 자주 드나들며 가까운 유대를 가져왔다.
음악대학에는 성악과에 테너 홍진표, 엄정행 교수와 소프라노 김봉임, 김옥자 교수가 계시면서 경희대학 오페라단 창단과 오페라 공연에 대한 꿈을 이루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김봉임 교수가 심지어는 기금 1백만 원(현 1천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놓기까지 하면서 오페라 창단공연을 제안했으나 교수 중에 오페라단을 운영해 본 경험자가 없었기 때문에 좀처럼 실현이 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대한 오페라단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오페라를 해보자는 이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어느 날 나를 만나자는 연락이 와 학교에 나가 보니 그러한 자초지종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 음악대학 동창회장으로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모교를 위해 무언가 협조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 일에 찬동하고 즉시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동창회 주최로 나의 모든 책임 하에 하기로 하였다.
공연할 오페라 제목은 “토스카”로 정하고 총감독에는 나, 강상복. 지휘에는 동문이며 모교 교수인 김선주, 연출에는 홍진표 고수, 합창지도에는 서수준 교수가 맡기로 하였다. 캐스트는 토스카 역에 김옥자, 김봉임, 진기화, 김희정, 카바라도시 역에 홍진표, 엄정행, 최원범, 스칼피아 역에 노성주, 이훈, 안젤로티 역에 김종수, 사크리스탄 역에 윤호문, 엄준태였고, 공연은 74년 4월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국립중앙대극장에서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서 역사적이니 경희오페라단이 탄생하였는데 공연은 연일 초만원에 대성공이었다. 한 가지 더욱 감격스러웠던 일은 조영식 총장께서 그때 마침 세계여행 중에 계시다가 경희 오페라가 공연한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여행을 중단하기까지 하며 귀국 참석하여 출연자들을 격려해 주셨던 일이다.
학교 오페라단은 일반 오페라단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경비가 가장 많이 지출되는 출연진들과 오케스트라가 노 개런티에다가 학교 관련인사와 학생 등 어느 정도의 관중이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오페라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었고 그 후부터는 자체적으로 운영이 되었던 것이다. 이로써 타 대학교에서도 시도를 못하고 있는 대학오페라를 처음으로 공연했던 것이고, 그 후부터는 각 대학에서 우후죽순처럼 많은 대학 오페라 공연이 상연되었다.
그 후 1975년 6월 14일부터 18일까지는 대구, 대전, 부산, 광주를 순회하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공연하였는데 그때는 내가 대전과 부산에서 주역인 투리투 역에 직접 출연하였다. 지휘는 김찬영, 연출에는 홍진표, 합창은 서수준 교수였고, 캐스트에 있어 산투자 역에 김옥자, 김봉임, 최성속, 남궁선, 임명순, 투리투 역에 강상복, 김 암, 권승수, 알피오 역에 변성엽, 김종수, 백광훈, 루치아 역에는 김선옥, 김영순, 로라 역에 정남숙, 김숙자, 박현숙, 고혜순, 고숙경이었다. 이렇게 해서 교수와 졸업생과 재학생이 한데 어울리는 대학 오페라단이 탄생한 것이다.
한국성악회 회장으로
한국 성악회는 내가 성악연주활동을 하는데 하나의 발판역할을 한 성악연주단체다. 이런 관계로 나는 성악회에 30년간이나 관여를 해왔고 그 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성악회 창시자이신 이인선 선생에게 내가 음악학교 다니던 시절에 성악 지도를 받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인선 선생은 본래 의학을 전공하였음에도 음악에 뛰어난 소질이 있어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이탈리아에 유학하여 벨칸토 창법을 습득하고 돌아와 당시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1946년 10월에는 제자들과 같이 성악을 연구하는 단체 즉 벨칸토회를 창립하고 성악 연구발표를 하여 왔기 때문에 한국 성악회(벨칸토회)는 이 선생님의 문하생들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단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인선 선생께서는 뜻한 바 있어 1950녀네 미국으로 건너가 1960년에 그만 그곳에서 별세를 하면서 벨칸토회는 얼마동안 휴면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1964년 11월부터는 그의 수제자였던 송진혁 씨를 주축으로 하여 한국 벨칸토회로 재건 발족하면서 또다시 활발한 연구발표회를 미국문화회관이나, 서울중앙공보관, 또는 종로 YMCA강당 등지에서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학교에 근무하는 매우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같은 문하생이면서도 모임에 동참하지를 못하고 있다가 그 후 학교를 퇴임하고 개인 사업을 하면서부터는 성악연구활동에 참여하기를 시작하였고, 1975년 3월부터는 치과의사이며 바리톤가수인 김노현 씨가 회장이 되고 내가 부회장이 되면서부터는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하였던 것이다.
그때부터는 이인선 선생의 문하생이 아니라도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한국 벨칸토회의 문을 개방하고 많은 성악인들이 참여하도록 하였다. 한편 벨칸토회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문공부에 등록한 사회단체이었으므로 벨칸토(아름다운 노래)라는 외국명을 국어전용정책에 의한 순수 우리말로 개명을 하라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한국 성악회라고 이름 지어 재등록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6년 동안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재정이 전무상태인 회 운영에 연주회 때 수시로 대관료를 부담하는 등의 재정적인 지원에도 노력을 하였던 것이다.
부회장의 임기를 마치고 성악회와는 한발 물러서 있으면서 회 감사 등으로 지내다가 나의 사업을 정리하고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활동에 적극 참여를 한다는 의도에서 이번에는 회장으로 추대되어 1993년부터 1996년까지 2년 임기를 한 번 연임하여 4년동안 재임하면서 나름대로 회를 활성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다.
4년 동안에 모두 11회의 연주회를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이인선 선생 35주기 추모음악회를 호암아트홀에서 한 것이나, 한국 성악회 창립50주년 기념 대연주회를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서 한 것, 그리고 오케스트라 반주로 하는 오페라 아리아의 대향연의 밤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한 번, 중앙국립극장 대강당에서 한 번 공연한 것 등은 참으로 보람있고 기억에 남는 대연주회였다고 하겠다.
그리고는 각종 연구발표회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6회 연강홀에서 1회 등 정기연주회를 공연하였다. 이렇게 그야말로 전례 없는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한편 재정 면에 있어서도 재임기간에 약 1천만 원의 기금을 증액하여 총 1천7백만 원을 후임 회장에게 인계하는 업적을 남겼던 것이다.
한국성악회 조직은 초대회장에 이인선, 2대 송진혁, 3대 김기령, 4대 이기영, 5대 김호성, 6대 김노현, 7대 이유선, 8대 유영명, 9대 자영, 10대 강상복, 11대 주완순(현재)으로 이어가고 있고 50년의 역사와 현역 음대교수 160여 명이 회원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성악연주단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