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5세 되던 해에 어머니께서 당뇨로 인해 연세대병원에 약 1주일간 입원해 계시면서 당뇨 조절하는 과정을 지켜본 일이 있다. 그때 어머니께서 입원하기 전에 양쪽 팔이 저리다는 말을 자주 하시어 나는 기회가 있는 대로 가끔 주물러 드리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당뇨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나도 어쩐지 팔이 약간 저린 증세가 있어 당검사를 해본 결과 당뇨병 초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머님의 입원치료과정을 지켜보면서 당뇨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윤곽적으로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나는 당뇨 치료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치료법의 첫 단계는 식이요법이고, 두 번째 단계는 운동요법, 셋째가 약물요법, 그래도 안 되면 네 번째 마지막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는 방법이다.
나는 초기단계에 발견하였기 때문에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으로 당 조절이 가능하였다.
식이요법은 어머니가 하던 방법대로 병원에서 정해준 표준 식단을 참고로 하고 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 끝에 골프를 하기로 하였다. 그때 나는 신장 165㎝에 체중 78㎏이었으니까 기준치보다는 많은 중량이 초과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약 2개월 정도 식이요법을 하여 6㎏ 정도를 감량을 하였다. 그 이상의 체중감량은 무리가 오는 것 같아 그 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을 적당한 운동으로 같은 중량 71-72㎏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나의 건강관리 과정이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곳은 명동 YWCA옆에 있는 명동골프연습장이었다. 그곳은 당시 나의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나는 골프 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3개월 동안을 프로 코치가 매일같이 지켜 서서 골프 스윙 지도를 해준 결과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스윙폼의 기초가 어느 정도는 잡혀졌던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골퍼들은 이상한 자기류의 독특한 스윙폼을 하게 되는데 그 자기류의 폼으로는 대부분 싱글까지 되기에는 힘들다는 것이 골프의 훈련과정이라 하겠다.
골프연습을 하며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골프스윙 방법을 체득하는 과정에서 내가 음악공부를 하며 성악 발성법을 체득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성악과 골프와는 전혀 별개의 분야 같지만 생각하는 과정이 어떻게 하면 좋은 발성을 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느냐 하는 것과 어떻게 하면 좋은 스윙을 해서 공을 정확히 잘 치느냐 하는 그 연구 과정에는 같은 공통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그 시기에 우연한 일인지는 몰라도 주거지를 정릉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정릉 4동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알게 되었고 그 청구회라는 골프연습장에 나가 연습을 하게 되었다. 장소는 비록 300평 정도 자그마한 면적이었지만 시간만 있으면 마음대로 연습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매일 연습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 3년 만에 소위 싱글이 되었던 것이다. 싱글이라면 골프코스 18홀에서 총 81타 이내로 플레이를 하는 것인데 골프인구 중에서 불과 10%도 안 되는 극히 우수한 플레이어들을 칭하는 말이다. 한평생을 싱글 스코어를 한 번도 쳐보지 못하고 마치는 골퍼도 허다하다는 것을 첨언해 둔다.
그 후 지금까지 약 20년간 골프를 쳐오면서 건강관리는 물론이려니와 그동안 각종 경기에서 수많은 수상을 하는 기쁨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만을 적어 본다.
첫째는 1981년 6월 14일 한양 C.C(컨트리클럽)에서 개최한 한양회원 친선골프경기대회에서 약 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준우승을 하였던 때다. 그때 나는 골프 배운 지가 약 2년 남짓한 때였고 한양의 공식핸디는 18이었던 것이다. 그때 우승자와는 각자 공인 핸디에서 6언더씩 동점스코어를 쳤던 것이다. 그런 동점인 경우에는 로우핸디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경기 룰에 의해 결국 내가 준우승자가 된 것이 퍽이나 아쉬웠다.
두 번째는 1983년 4월 14일 로얄 C.C 청구회 161회 월례경기에서 싱글 스코어를 쳤던 때였다. 당시는 엄격한 룰을 지키면서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내가 원하던 것을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서 더욱 기뻤던 것이다. 세 번째는 1988년 6월 5일 한양회원 친선골프경기대회에서 또 다시 3등에 입상한 때였다. 3등이라고는 하지만 그때 내 나이 65세 때이고 한양 핸디 12로 A조에서 입상을 했기 때문에 더욱 기뻤던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골프 신문사에서는 <주간골프> 표지 전면에 나의 모습을 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1988년 9월 15일 도고 C.C에서 청구회 월례경기 겸 챔피언 대회에서 회원 20여 명이 참가한 중에 챔피언(CHAMPION)을 차지한 때였다. 이 챔피언 대회란 글자 그대로 핸디에 관계없이 스코어가 제일 좋은 즉 메달리스트에 해당하는 상인데 그때의 스코어는 78타였다. 모든 젊은 회원들을 제치고 당사 65세의 나이에 그런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기뻤던 것이다.
끝으로 다섯 번째는 1997년 4월 10일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한양 C.C 구 코스에서 개최한 평북 향우회 300회 경기 32명이 참가한 중에서 Out 38 In 37 합계75타를 쳐서 당시 내 나이 75세였으므로 자기 나이의 스코어 에이지 슛(Age shoot)을 친 것은 하나의 기적적인 경기를 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당시 대회장인 김태신 도민회장과 장정렬 평안북도 도지사의 명의로 된 우승패를 수상한 것은 나의 골프역사에 영원한 기념이 되리라고 본다.
그 외에도 각종 공식 경기에서 우승상과 입상, 메달리스트(Medalist) 싱글(Single) 이글(Eagle) 등 허다한 상을 수상하였다. 그런데 이 근자에는 상패나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상품만을 시상하고 있는데 1970-80년대에는 우승과 메달리스트, 그리고 싱글, 이글상 등에는 가급적 상패나 트로피로 시상하였던 것이다.
골프는 물론 자기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골프 풍토가 개별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수시로 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골프 모임을 만들어 월례경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동안 소속해 왔던 단체들은 정릉 골프연습장을 중심으로 모인 청구회, 성북구지역 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유지들을 중심으로 하여 모인 성북회, 평북도민회를 중심으로 모인 향우회 등은 현재까지 월례경기를 200회 내지 300회 이상씩을 지속해 오고 있는 골프회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금융업계에서 손을 떼면서 자동적으로 탈퇴한 상호신용금고 임원들을 중심으로 하여 모이는 상신회, 그리고 또 참여 인원수가 적어서 해산한 박천군민 동향인들을 중심해서 모였던 박천회, 이렇게 여러 단체에 속해 있으면서 지금은 다소 소홀해졌지만 80년대까지만 하여도 주 1-2회씩을 하여 골프 핸디 유지와 건강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가장 많이 다녔던 골프장은 한양 C.C 와 로얄 C.C, 태릉 육사 C.C, 남성대 C.C 등이었고 그 밖에 전국 각지에 있는 골프장을 다녀 본 곳도 무려 31곳이나 된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4곳을 비롯하여 관악, 기흥, 남서울, 뉴서울, 뉴코리아, 도고, 동서울, 서울, 설악 플라자, 수원, 안양, 양지, 여주, 용평, 우정헬스, 유성, 1.2.3, 경주, 청주, 춘천, 충주, 태광, 88, 한일, 제주, 오라, 중문, 팔공 등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플레이를 한 골프장도 꽤 된다. 미국은 L.A의 U.S P.G.A를 개최하는 등으로 유서 깊은 린쵸파크 C.C를 비롯해서 베이커스필드에서는 선데일리 C.C, 리비에라 C.C 등 5개 골프장과 요세미트 C.C, 캐나다의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 밴프 스프링 골프코스 C.C, 알라스카 앵커리지 근교에 있는 PARMAR C.C, 영국의 명칭 미상의 C.C,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의 음바반 C.C, 스리랑카 콜롬보 C.C, 타일랜드의 파타야 C.C, 필리핀 마닐라의 Villamor championship Golf course C.C, 괌의 타카야마 C.C, 사이판의 마리아나 C.C 등이다. 미국은 자식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골프를 치기 위한 여행도 있었지만 그 외 다른 나라들은 여행 중에 시간을 내어 친 곳들이다.
이렇게 나의 골프경력은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고 화려하다. 그리고 수상경력도 위에 표기한 것 외에도 많이 있어 내 이름이 상복(祥福)인데 그 이름을 상(賞) 복(福)이라고 풀이해서 상 복이 많은 분이라고 별칭이 붙여지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골프는 나의 건강을 유지해 주고 나의 인생살이에 큰 즐거움을 주는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