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연주, 성지순례 여행 등 (42...

세계 60개국 여행, 기행문 6집 출간

“귀여운 자식에게는 여행을 시켜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또 우리말에 “백문이 불여일견 백문이 不如一見”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행에서 실제 체험을 하면서 보고 느끼는 것은 산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 60개의 크고 작은 나라들을 다니며 문물을 관찰했고 그 사람들이 각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얻은 것은 참으로 지대하다. 그 기행문은 나의 저서 <좁아지는 세계>에 상세히 기술한 바 있어 여기서는 그 윤곽만 기록한다.

제1차 일본 음악연주 여행

내가 처음 여행을 하게 된 것은 1864년 도쿄올림픽 때였다. 그때만 하여도 우리나라에서는 여권을 내는 것이나 외국 비자를 받는 것 등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좀처럼 힘들던 때였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올림픽 출전선수들을 응원하고 또 한편 음악연주를 하여 국위를 선양한다는 목적으로 여권과 비자를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에 있는 우리교포, 일본 명 카네시로(金城)인 김 목사로 하여금 초청을 받아 소위 복음성가단이라는 이름으로 약 20명의 합창단원이 조직되었던 것이다. 물론 모두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었지만 한두 명의 비음악인은 인솔자나 수행원이라는 명분으로 동행하였다.

일행 중에는 당시 우리나라 최고 성악가인 이인범, 김천애 씨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는 김호성 김노현 등과 지금은 대가가 되었지만 당시는 서울대학을 갓 졸업한 박성원, 유충렬 등도 합세하여 상당히 실력 있는 멤버들이었다.

나름대로 많은 연습을 한 일행은 드디어 예정대로 일본 땅에 도착하여 초청자인 김 목사를 찾아갔다. 김 목사님은 자수성가하여 그곳에서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병원에 부설된 한인 교회에 시무하고 계셨다. 우리 일행의 숙소는 우선 병원 입원실이었다. 환자 아닌 환자 노릇을 했지만 여행경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첫 번째 우리의 공연장소는 도쿄에서도 이름난 히비야 공회당(日比谷公會堂)이었다. 관중은 우리 교민과 일인들로 만원을 이루었으나 분위기는 미묘한 감정이 흐름을 느꼈다. 그것은 일제36년의 감정이 아직도 한구석에 남아 있는 상태였고 또 그동안 문화교류가 전혀 없었던 관계에서 이루어진 음악 연주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는 몇 교회를 순방하며 연주를 하고 시간 여유를 보아 가며 올림픽 경기도 한두 종목 참관을 하였다.

이렇게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는 각자 개인의 일정에 따라 먼저 귀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약 1개월 정도 머무르면서 친지도 만나고 그 기회에 마침 일본에 임시 체류 중에 있는 세계적인 이탈리아인 테너 아리코폴라 씨에게 성악 발성법을 교정 받는 기회도 가졌던 것이다.

그때 내가 느꼈던 일본 사회는 그 당시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깨끗하고 사회가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이 그야말로 별천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없던 컬러TV가 그때 처음 개발되어 하루에 2시간씩 시험방송을 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올림픽 경기를 녹화해서 그 즉시 리와인드해 보여주는 장면은 참으로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오늘 사회와 문화면이 얼마나 변천되었는가 이렇게 좀 더 넓은 세계를 마음껏 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하겠다.

▲ 세계여행을 하며 촬영한 사진을 모아 '좁아지는 세계'라는 기행문을 냈다

제2차 미국 음악연주 여행

그 후 10년이 흘러간 1973년에는 미국으로 음악연주 여행을 떠났다. 이유선 씨를 인솔자로 하여 약 20명의 합창단이 조직되어 명칭은 서울 코러스 심포니아라고 하였다. 나는 그때 하와이에 둘째 딸 금숙이가 결혼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합류를 하였다. 일행은 이유선 단장을 비롯해서 구두회, 김노현, 김금환, 주완순, 김정해, 강화자 등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합류하였다.

첫 번째 간 곳은 하와이 영사관에서 거행하는 8.15 경축행사에 참석했고 다음에는 그곳 맥킨리 고등학교 강당에서 우리교민을 위안하는 공연을 하였는데 그곳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들과 주민이 참석하여 즐겁고 보람 있는 연주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는 LA로 건너가 한인교회 몇 곳에서 연주를 한 후 단체는 해산하고 각자 개인행동을 하기로 하였다.

그때 나는 김노현과 둘이서 미국 주요도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나이아가라 폭포, 뉴욕, 워싱턴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LA등지를 여행하였다. 물론 나는 그때가 영어권 여행이 처음인데다 언어도 부자유했으나 그래도 보고 싶은 것은 다 보고, 다니고 싶은 곳은 다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을 하며 직접 체험을 했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체득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제3차 유럽 여행

그 후 또 다시 3년이 지난 1976년에는 유럽 각국 등을 돌아보는 그야말로 세계일주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사정이 외국에 여행을 하려면 항공 표를 첨부한 초청장이 있어야 했다. 그래, 하와이에 거주하는 금숙이로 하여금 방문초청장을 보내도록 하고 유럽은 대부분 비자가 없어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먼저 들렀다가 가는 것으로 하였다.

그러나 유럽의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같은 중립국조차도 그 당시는 비자가 필요했던 때여서 그것은 현지에서 추가로 받기로 하였다. 그때 나의 형편은 학교 교직을 그만두고 신용금고를 경영하고 있는 때라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간 여유가 있어 장기간의 여행 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

여행 코스는 미국의 하와이 호놀룰루, 하와이섬, 그리고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서독의 서베를린을 관광하면서 그곳에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추가비자를 받고 오스트리아의 빈, 스위스 취리히, 이탈리아 밀라노, 베니스, 로마,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그리고는 홍콩, 일본은 15일간의 통과비자로 도쿄, 아다미, 교토, 나라 등지를 44일간 여행하였다.

이렇게 44일간을 혼자서 여행을 하다 보니 몹시 외로움을 느끼게 되어 여행은 역시 부부가 같이 다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44일간을 여행하면서 나는 매일 매일 보고 느낀 것을 편지에 담아 집으로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러한 정열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그 편지가 하나도 분실되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져 있는 것은 더욱 대견스러웠다. 그러니까 가족들은 집에 있으면서 세계여행을 다 한 셈이 되고 나는 그것을 근거로 하여 내 회갑 때 첫 번째 여행기 “좁아지는 세계” 출간의 자료로 썼던 것이다.

제4차 성지순례 여행

이제 몇 번 여행을 하였으니 여행에 대해서는 다소 마음의 여유도 생겨 이번에는 아내와 같이 여행하는 것으로 하고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목표로 한 계획을 세웠다.

1981년에는 마침 하와이에 있던 금숙이가 미국 본토로 이주를 하여 그곳에도 들를 겸 아내와 둘이서 네 번째 세계일주 여행을 떠났다. 미국은 먼저 딸이 살고 있는 베거스필드로 해서 로스앤젤레스, 산 호세,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나이아가라 폭포, 뉴욕 등지를 돌아보고 유럽으로 가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베들레헴, 그리스의 아테네, 터키의 이스탄불, 이집트의 카이로,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시아권은 타일랜드의 방콕,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의 타이페이, 화련, 지룽시, 일본의 도쿄 닛코, 하코네 등지를 48일간 여행을 하였다.

이번에는 이렇게 48일간을 여행하였는데도 지난번 혼자서 여행할 때와 같이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한 가정이 그대로 옮겨 다니는 것이나 같기 때문이다. 낮에는 관광을 하고 저녁에는 그 원고를 정리하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내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도와주는 이상적인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