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오페라단을 창단하고 첫 번 공연 작품으로는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카르멘>이었다. 캐스트는 카르멘 역에 나의 경성음악전문학교 동창생인 서경숙 씨와 임만섭 씨가 추천한 부산에서 활약 중인 박정숙 씨가 맡았다.
그리고 호세에는 당대의 명테너 임만섭 씨와 장 영 씨, 그리고 에스카미요에는 주완순 씨와 고형주 씨, 미카엘라에는 김재희 씨와 장혜경 씨가 맡기로 하고 지휘는 경희대학교 동문인 김선주 씨, 연출에는 오현명 씨가 담당하였고 합창은 김두완 씨가 지휘하는 아가페 합창단이었다.
공연 장소는 시민회관이고 날짜는 1970년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민간 오페라단 창단자로 장안의 화제의 인물이 되면서 첫 작품의 막이 올랐다.
공연 결과는 공연 내용이 평범한 데다 약간의 적자로 끝났다. 물론 오페라 운동을 하여 돈을 벌어 보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특별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관객을 끌어 모으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고 상당액의 광고비로 충당을 해야만 겨우 적자를 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하겠다.
나는 광고를 얻는 데는 본래 소질이 없는 데다 무대 막만 올라가면 되리라고 믿은 것이 그만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1년 후 두 번째 작품은 역시 대중에게 인기 있는 <토스카>를 선정하였다. 제1회 때에는 캐스트 선정이 약간 미약했다는 평이 있어 이번에는 캐스트 선정에 심중을 기해 스칼비아역 바리톤을 일본에서 초청키로 하였다. 초청한 쿠리바야시 요시노부(栗林義信)는 일본 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각종 콩쿠르에서 금상을 휩쓴 세계적으로 이름난 바리톤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김금환 씨가 일본에 유학하면서 알게 되어 초청교섭이 이루어졌다.
토스카에는 황영금 씨와 김옥자 씨가 담당하였다. 황영금 씨는 당시 국내에서 정상급 소프라노 위치에 있었고 김옥자 씨 또한 이탈리아에 유학하고 돌아와서 가장 인기 있는 소프라노였다. 카바라도시 역에는 김금환 씨와 장영 씨가 담당하였다. 그리고 지휘에는 원로 지휘자이신 임원식 씨였고 연출은 연극 연출계의 대원로이신 이진순 씨가 담당하였다.
이렇게 출연진을 당시의 최상급으로 선정했던 것은 1회 공연 때의 부진했던 면을 만회하기 위함이었다. 공연은 71년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이었고 장소는 시민회관이었다.
공연 결과는 평이 아주 좋아 둘째 날부터는 초만원을 이루었는데 공연 후 평은 한국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연주를 했다는 논평이었다. 그런데도 수지 면에서는 역시 약간의 적자를 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한국 최고의 작품을 제작하는 데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것만은 사실이었지만 역시 적자를 면할 길이 없으니 오페라 운동에 다소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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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오페라단 첫번째 공연작품인 '카르멘' 팜플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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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공연은 우리나라 종교음악으로 최고 권위자이신 박재훈 씨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에스더를 소재로 하여 작곡한 오페라 <에스더>를 상연하자는 교섭이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 작곡가의 작품으로 성공한 예가 극히 희박할 뿐만 아니라 지난번 1, 2회 때 세계적인 명작 카르멘, 토스카를 상연하고서도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종교를 소재로 한 신 작품으로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품 제작자의 어떤 스폰서가 있다면 고려해 본다는 하나의 조건을 붙인 답변을 했던 것이다.
마침 어느 분이 제작비를 전담한다는 건으로 공연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지휘는 작곡자인 박재훈 씨가 담당했고 연출은 오현명, 합창지휘 황철익, 그리고 캐스트에는 에스더에 정영숙, 국영순, 모르드개에 박수길, 유충렬, 정 광, 아하수에로 왕에 이병두, 전병구, 하만에 송계묵, 최명룡 제씨로 하였다.
공연일은 72년 4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이었고 장소는 시민회관이었다. 결과는 많은 종교인들의 호응이 있었고 작품도 그동안의 역대신작 오페라들보다는 수준이 높다는 좋은 평이었다. 그러나 수지 면에서는 역시 약간의 적자였다. 오페라 운동을 장기간 계속하려면 후원단체가 있든지 아니면 그때마다 상당수의 예매 표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 당시나 지금의 현실이라고 하겠다.
그 당시 국립 오페라단과 김자경 오페라단 그리고 내가 하는 대한 오페라단 3단체가 있었는데 국립 오페라단은 정부의 많은 예산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고, 김자경 오페라단은 여자의 힘으로 많은 후원단체의 도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런대로 현상유지가 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김자경 씨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30여 년간 운영해 오면서 외적으로는 성공한 사례같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범의 꼬리를 붙잡고 있는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3회 공연으로 오페라 운동의 종지부를 찍고 말은 것이 오히려 현명한 처사였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다. 그리고는 대한오페라단의 이름으로 한일교류 친선 음악회를 개최하였는데 당시는 일본 예술문화가 전혀 국내에서 공연되지 않던 때였으므로 또 한 번의 장안에 화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공연 내용은 한국 측 테너 김금환 씨와 일본 측 소프라노 이토 쿄코(伊藤京 子) 씨의 조인트 리사이틀이었는데 이토 쿄코 씨는 일본 최고의 오페라 프리마돈나 위치를 지켜오는 전형적인 연주가였다. 공연은 1970년 9월 11일 시민회관에서 박정윤 씨와 서계숙 씨의 피아노 반주로 이루어졌다.
이상으로 대한 오페라단의 활동은 서서히 막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대한 오페라단의 이름과 단장 강상복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에 한 장을 기록하게 된 것만으로도 커다란 자부심을 가져 본다.
이번 1998년 4월 18일에 한국오페라 50주년 기념축제 추진위원회에서 펴낸 한국오페라 50년사에도 대한 오페라단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