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詩作)과 문교부 주관 논문 입선 (9회)
  제2장 아름다운 삶을 누리자

해가 바뀌어 3학년으로 올라간 박곤길이 문예부장이 되고 내가 부반장이 되었다. 나는 1학년 때부터 <학원>잡지와 신문에 이따금 시를 발표했고, 교내 시 백일장에도 당선을 해서 학교에서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때 교내 시 백일장의 시 제목은 <발자욱>이었다.

발자국

은하가 흐르는 하늘이었다.
강물이 흐르는 땅이었다.
푸르른 하늘아래 피는 하이얀 박꽃들의 둘레 속에서
우리들은 모두들 하나였다.

빼앗겨간
우리들의 가슴 속엔 그 빼앗겨간 들의 슬픈 시가 있었고
둘레둘레의 다정한 이웃과 조국의 하늘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로웠던 환희의 날을 두고 묻어온
해방 12년의 연륜(年輪)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피어린 동족의 격전에서 흘러간
강물 속에
아우성의 비명들이 흐르고

기름진 고구려의 가슴으로
긴 흐느낌의 휴전선이 놓이고 있었다.

그러나
패어간 분단의 자욱들로부터
다시 찾아야만 하는 먼 동해의 찬란한 원광

그것은
선사(先史)로부터 열려
남북으로 향해 이어지는 태백으로 걸어야 할
발자국이었다.

(2학년 때 교내 백일장 당선작)

이러한 문학에 대한 열정은 <학원> 잡지에 ‘바다’, <학도주보>에 시와 산문, 교지에 ‘꽃밭’ 등을 발표하는 창작활동으로 이어졌다.

<학도주보>의 현상 모집에 당선된 나의 수필은 서울고등학교 3년생인 장윤우의 시와 같은 면에 게재되어 비슷한 이름의 우리들은 서로 연락이 되어 형제의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 1950년대 학원지 / 학원문학상을 제정 실시하여, 학생들의 문학열을 북돋아 주는 데 공헌했다. [출처 ; 블로그 현대사스토리텔러]

바로 이 무렵 전국 남녀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문교부의 USIS가 공동주최한 논문현상 모집이 있었다. 제목은 ‘한국이 자급자족하는 길’이었다. 나는 논문을 써서 문교부에 우송했는데, 2주일 후에 경상북도 도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경북 예선에 입선되었으니 필기도구를 가지고 경상북도 도청회의실로 오라는 전갈이었다.
 
회의실로 들어서니 회의실에는 경상북도 예선에서 입선된 12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경북고, 사대부고, 계성고, 대구사범, 대륜고, 대구상고 등 대구의 일류학교와 지방의 이름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와 있었다. 경상북도 도청 학무과에서 나온 장학사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우리들에게; 원고용지 50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학생들이 현상논문을 제출했지만, 본인이 썼는지 알 수가 없고, 그 실력을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자리에 다시 ‘한국의 농촌부흥책’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작성하기 바라며, 5시간 이내에 완성해야 한다.”

이럭저럭 논문을 작성하여 제출했더니, 이것은 경상북도에서 1위로 입선되고, 전국에서 2위로 당선되어 권영규 담임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일주일간 미국공보원 전시실에 ‘이 주일의 뉴스’ 사진으로 전시되었다. 이때의 당선이 나를 평론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단초를 마련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2학년 시기에는 <칡넝쿨> 문학동인회 멤버들을 주로 만났지만, 박종달, 이영근, 이용락 등과 등하교를 함께 하며 자주 만났다. 박종달과 이영근은 3학년이 되면서 <해성(해성)> 클럽에 함께 참여했다.

3학년이 되자 나는 문예반장으로 선출되었다. 부반장은 후에 우리 문단의 중견 시조시인이 된 유상덕이었다. 문예반에는 졸업 후 아동문학가가 된 김종목, 김몽선, 시조시인이 된 김명길, 유상덕, 김정자, 시인이 된 허정, 김이주, 그밖에 장중규, 오태순, 안수령, 서무자, 전정숙 등 문예에 상당한 능력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개천예술제와 비원에서 개최된 전국 남여 시 백일장에도 참석하고 <대구일보>와 <영남일보>, <학원>에 꾸준히 시를 발표했다. <대구일보>에는 ‘다리’라는 작품이 발표되었고, <영남일보>에는 ‘자화상’ 등이 게재되었다. <학원>에 발표된 ‘바다’라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바다

푸른 바다로
푸른 바다로
싱싱한 가슴 흘리라.

생기 찬 어족(魚族)들의 행렬과
푸르름을 지향하는
갈매기의 노래는

진정 뻗어오 르고 싶은
젊은이의 마음.

해풍(海風)은
먼 그리운 이의 숨을 쏟고

수없이 쌓여온
날의 밀어(密語)를 속삭여

아아!
바다를 안고
마음껏 소리치고 싶음.

마음은
쪽빛 심해선(深海線)으로 흐르고

물결은 나에게로 밀리어 온다.

(대구사범 2년 <학원> 게재)

 
  운동과 무술, 음악 등 각종 취미활동 (8회)
  문예반 활동과 해성(海星)클럽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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