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부지 선정에 대해서 더 많은 의견들이 나와서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소리가 사업추진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러한 의견들을 수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에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부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 임원들과 건축전문가인 김경대 교수는 대상 지역으로 제시된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부지에 적합한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하여 시 당국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부지로 예정하여 경북개발공사와 계약단계에까지 와있는 교육문화회관 옆 경주시 신평동 150-10번지 감나무골을 비롯해서, 보문단지 입구의 시립수목원, 횡성 숲 옆 유휴지, 충효동 수도산 입구 구역, 성건동 동리 선생 생가 옆 부지, 예기청소 등을 대상으로 검토했으나 문화재관계법이나 공원법, 기타 규정 및 매입비 지출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보문단지가 적합하다는 것이 시당국과 기념사업회의 결론이었다. 이렇게 부지 선정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되어 시간만 허송하고 있는 사이에 서울의 동리 선생 집이 매매되었다.
동리 선생의 둘째 아들 김평우 변호사와 셋째 아들 김양우 씨와 연락이 되어 기념사업회에서 사람을 보내 유품 목록을 작성하기로 의논되었다. 경북대학교 김주현 교수에게 연락하여 동리 선생의 유품목록을 작성하고 비디오로 촬영해 줄 것을 부탁했다.
김주현 교수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유품목록을 작성하여 기념사업회에 보내주었고, 작성된 목록의 유품들은 지금 서울의 유료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동리 선생이 정성을 쏟아서 기르던 9그루의 나무들이 경주시 묘목장에 이식되어 있고, <문인상(文人像)> 외 7점의 석조물은 보문단지 조용진 씨 댁에서 기념관이 하루 빨리 완공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7월 21일 시의회 간담회에서 <동리ㆍ목월기념관> 부지 예정지(보문단지, 경북관광개발공사 소유지)가 찬반투표 끝에 부결되었다. 기념관 부지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금년을 넘기면 불용예산으로 국비와 도비를 반납하는 결과가 올 것만 같아 암담한 심정이 되었다.
기념관 건립사업이 시작될 무렵 회원 가입원서와 발기인대회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자주 출입하던 H다방 마담의 말이 떠올랐다.
“총장님, 왜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 경주의 분위기를 모르고 일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진행해보십시오. 별별 방해꾼이 다 나타날 겁니다.”
하던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로부터 “왜 이런 고생을 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경주사람인 죄로, 문학한 죄로, 지금 경주에 살고 있는 죄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
사실 나는 동리 선생과 목월 선생의 제자도 아니고, 추천받은 사실도 없다. 평소 동리, 목월과 가깝다고 자처하던 사람들이 협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뒷전에서 비난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7월 31일 시청 문화예술과 박태수 계장이 기념사업회를 방문해서, “시장님과 시 의회 의원들이 불국사 맞은 편 시청 석굴로 관리 사무소를 기념관 부지 자리로 적함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는데, 사업회의 입장이 어떤지 현장을 답사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기에 장윤익 회장, 오해보, 서영수 부회장이 현장을 가보니 장소가 마음에 들어서 우리 세 사람은 ‘괜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태수 계장은 “그러면 그러한 방향으로 추진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8월 7일 백상승 회장을 만나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문학관은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백상승 시장은 문화시장(文化市長)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문화에 대한 안목이 높았다 .서울특별시 부시장을 지냈기 때문에 행정을 집행하는 폭이 크고 기념관 건립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날 시청 영상회의실에서는 <기념관건설위원회>가 개최되어 입찰을 위한 기념관 건축, 조경, 디스플레이, 토목 설계에 대한 발표가 있어서 장시간 논의를 한 후 변경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있었다. 참석자는 백상승 시장, 장윤익 회장, 오해보 부회장, 박형채 사무국장, 김경대 간사, 강봉종 시의원, 윤기일 경주문협 회장, 경주시청 건설과장, 문화예술과장 등이 참석했다.
2003년 10월 7일 시청에서 기념관 건설 설계를 전자입찰로 공고했다. 10월 30일 낙찰된 설계업체는 건축에 <인건축사 사무소>, 디스플레이에 <신영멀티테크> 등이었다.
<인건축사 사무소>에서 설계를 완성하여 건설위원회에 보고하였으나 내용이 기념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설계를 하게 되었는데, 내용이 기념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설계를 하게 되었는데, 불국사 주변은 한옥촌(韓屋村)으로 조성되어 있으므로 반(半)양옥, 반(半)한옥의 설계는 주변 여건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옥으로 건축할 경우 비용이 훨씬 더 들게 되어 예산에 맞춘 공사비로는 설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몇 차례 재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날짜가 너무 소요되어 시청관계공무원들이 징계당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8월 14일 공사시공 입찰공고가 나고, 2004년 12월 12일 시공입찰에 건축은 <경북범한건설>, 전시는 <SMT, 삼덕공사, 삼동하이테크> 등이 낙찰되어 계약을 완료했다.
고비고비 어려운 과정을 겪은 끝에 11월 5일 부지현장에서 경주시장, <동리ㆍ목월기념사업회> 회장, 경주대학교 총장, 국제 펜클럽 성기조 부회장, 성결대학교 김재용 재단이사장, <동리기념사업회> 부회장, <목월회> 이건청 회장 등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온 문인들과 경주시민 300여명이 참석하여 성대한 기공식을 가졌다.
문학관 건립공사는 지금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으나 보다 나은 문학관 건설을 위해허 <동리ㆍ목월기념사업회>는 계속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사업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회비를 내고 격려해주었다.
동리 선생 아들 김평우 변호사가 1,500만원, 미망인 서영은 여사가 1,700만원을 회비를 내어 우리 사업회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정락 변호사도 이 사업에 적극적 찬동해서 본인이 100만원 회비를 내고, 경주 안강 출신 ‘영동제약’ 이정문 회장에게 권유하여 500만원의 회비를 내게 했다. 양인자 씨도 390만원의 회비를 내고, 김종록 대사가 권유하여 박성동 <파크랜드> 사장도 200만원의 회비를 내어 성의를 표시했다.
<기념사업회>가 재정적으로 곤경에 처하여 사무실 문을 닫을 입장에 있는 것을 보고 나의 아들 장철현이 자신이 100만원, 자기의 주변인사 100만원, 김주진 100만원, 김창식 200만원을 내도록 하여 나를 도왔다.
나머지 100만 원 이상의 회비를 낸 분과 회비를 내어주신 모든 회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현판에 새겨 기념관에 영원히 보관하려고 한다. 기념관 건립을 위해서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