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바위들과 엉겅퀴가 무성한 산을 넘고 깊은 물을 건너 나는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다.
어느새 정년을 맞이하여 회고록을 쓰는 나이가 되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고 그들이 가르쳐준 이정표를 따라 걸어온 나의 인생은 만남으로 시작되어 만남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유년시절의 소꿉놀이 친구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사범학교, 대학, 대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은 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며 지금도 그 끈끈한 우의로 지속되고 있다.
남들처럼 평탄한 길을 가지 못하고 어려운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운명을 나는 거부하지 않는다. 시련과 고난은 도전과 응전(應戰)의 의욕을 불러일으킨 활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 학원강사, 전문대학, 대학교수, 대학교 총장 등 유치원 선생을 제외한 선생 이름이 붙는 것은 두루 한 번씩 다 해본 경력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온 인생이라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교사생활과 대학 강단을 거치면서 함께 생활해온 많은 사람들로부터 교육과 한문, 문학과 인생을 배운 것은 나의 삶을 폭넓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때로는 학생과 선생이라는 이중생활을 해야 했고, 총장의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파면과 의리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했다. 나의 개인적 이해보다 사람의 도리와 진실을 따르면서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인생의 길에서 나는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무엇을 남기고 가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으나 아직도 성취하지 못한 일도 더러 있다. 그러한 미완(未完)의 사업들은 후배들에게 넘겨주려고 한다.
이제 이순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는 더 자유롭고 깊이 있는 탐구의 발걸음으로 살아가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회고록을 출간할 수 있도록 주선한 여세주, 김선학, 류해춘, 박세현, 손진은, 양진오, 오양호, 이정옥, 장영길 교수 등 편집위원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좋은 글을 주신 친구, 동료, 문인, 제자들에게 사의(謝意)를 표한다.
그리고 나의 인생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지금까지 뒷바라지에 고생한 가족들에게도 이 회고록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05. 1.5.
저자 장윤익
아울러 15년 전에 쓴 이 회고록이 2020년 히스토리스의 지면에 연재되게 되어 보다 많은 분들과 나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다시 한번 지난날을 돌아보며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