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이곳에 있으면서 나이 드신 어른들과 고창에서 배운 국궁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아침운동으로 공설운동장에서 조깅하며 건강도 챙겼다. 겨울에는 무주로 스키를 타러 다니고, 골프는 가까운 태인으로 자주 나갔다.
김제는 평야지라서 산이 없다. 그래서 원평 쪽으로 나가 등산도 하고 가까운 부안해변과 심포항을 자주 찾았다. 손님이 오면 주로 심포항을 찾았다. 그곳은 망해사가 있어서 해지는 저녁노을이 장관이었으며 횟집도 있어서 자주 들렀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일광욕도 즐겼다. 갯벌이 있어서 조개구이집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잠깐이기는 했지만 지인이 심포항 가는 길에서 사설 승마장을 했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몇 달간 승마도 배웠다.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지만 말과의 교감을 위해 당근깨나 사들고 다녔다. 한 가지 유감스러웠던 점은 신장의 열세로 말에 오르내리는 것에 장애가 많았다. 그래서 말 타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기념으로 승마화와 모자를 보관하다가 얼마 전 버리고 말았다.
나는 젊었을 때의 호기심과 용기는 못 말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운동치고는 안 해 본 것이 없다. 수영은 여러 번 시도해보았지만 아직까지 물에 들어가면 맥주병이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내년 봄부터는 다시 시작해볼 생각이다.
이중 사제관 올림
기존 사제관이 좁아서 옥상에다 사제관을 올렸는데 아담하고 경치가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면 모악산에서 뜨는 아침 태양이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여기에 모닝커피 한잔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옥산 사제관에서 맞은 편에 멋쟁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서 운치를 더해주었다.
은행잎이 질 무렵
우리 집 뜰엔
이층집 난간에서 손을 내밀면 달락말락한 자리에
멋쟁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창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친구다
11월 초순
입 언저리부터 노랗게 물이 들더니
입동이 지나고 서리가 내렸다
바람 스칠 때마다 우수수
가을 비올 때마다 우수수
한 밤 자고나니 우수수
이 가을에 유채밭이 웬말
비질을 할까 말까
은행잎은 낙엽이 아니라 물감이다
오늘 가을남자는
노랑 은행잎을 밟으며
덕수궁 돌담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 시집 ‘하루를 살아도’ 중에서
수녀원 입회
이곳에 있을 때 수녀원에 3명이 입회해서 지금 잘 살고 있으며 일 년에 한번 정도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 수녀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메일로 안부를 접해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명의 수녀는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주여, 그에게 안식을 주소서, 아멘!
신풍성당은 안식을 마치고 영육 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을 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도 있었고, 본단 신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으로 조용하고 혼자인 것이 더 편했다. 혼자 등산도 가고, 늦여름에는 해변 가에서 일광욕을 하는 기쁨도 있었다. 피부도 건강해지고 기운이 충전되기 때문에 몇 해전까지 일광욕을 했다.
이곳에서 좋은 신자들을 만나 행복했다. 특별히 허성욱(요셉) 본당 회장님의 헌신적인 봉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신풍성당 신자들의 영육 간의 축복을 기원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서울 도봉산 입구에 천주교 성당이 있었고, 그 안쪽에는 사찰이 있었다. 어느 해 성탄절에 사찰에서 ‘예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걸었단다. 이것을 보고 절에 다니는 신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하여서 아무도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성당 신부에게 알려지자 신부님은 사찰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석가탄신일에는 성당 정문에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렇게 해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종파를 초월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내 종교가 소중하고 귀하면 다른 종교도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종교나 종파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비방하고 배타시한다면 이것은 믿는 사람들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종교는 일류의 공동선인 진리와 평화를 그리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주는 빛고 소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방의 좋은 점을 인정해주고 사랑으로 용서하고 자비로 감싸줄 때 그곳에 하늘나라도 극락세계도 있는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