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토머스 모어) 대통령과의 오찬
2001년 10월이라고 생각된다. 전주 세계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식과 진안 용담댐 준공식이 겹친 날이었다.
대통령께서는 오전에 용강댐 준공식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전주 세계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로 오셨다. 전북에 있는 각계 인사들을 50여명 정도 오찬에 초청했는데, 나도 이 자리에 참석하였다. 유명인사가 아니라 당시 도지사 비서실장이 우전성당에서 나에게 세례를 받았는데, 그 분의 특별배려로 나를 그 자리에 끼워준 것이다.
초청은 받았지만 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식장에 들어갈 때 공항에서 레이더박스를 통과하듯 몸 검색을 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과 그 자리에서 간단한 보고와 인사말들로 1시간 이상이 지나고 나니 비빔밥과 국이 다 식어 별로였다.
나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방광통으로 2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이 괴로웠다. 화장실이 있었지만 사제복을 입고 들락거리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참고 있자니 정말 힘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인데, 안내자가 몇 번의 주의를 당부했다. 악수만 하고 말은 하지 말라고. 나는 내 차례가 되자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악수를 하면서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성당에서 미사 때 신자들끼리 나누는 인사다. 대통령은 천주교 신자고 영부인은 개신교 신자이니 내 인사말을 거부 없이 받아주었지만 주최 측과 기자들은 좀 당황했을 것이다.
내 식대로 인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식이 끝나고 나오는데 기자가 물었다. 무슨 말씀을 드렸냐고. 나는 아무 대답 없이 나와 버렸다. 내가 설명하면 지가 알기나 해?
본당 분가
내가 발령받은 2002년에 우전성당에서 우림성당이 분가되었다. 대부분은 우전성당 신자였고, 일부는 삼천동 신자도 이곳으로 편입되었다. 성당은 상가 2층에다 둥지를 틀고 몇 년간 사목하다가 지금은 성당부지를 구입해 건축 중이다. 축복이 있기를 빈다.
이때 사목파트너로 도와준 보좌신부 강호(가브리엘), 박성문(사도 요한), 권순호(야고보), 이금재(마르코) 신부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사목회장 박영근(안드레이)님과 사목회 임원들의 수고도 잊지 않고 있다.
두 사제가 탄생하는 경사
2000년 1월 20일 본당 김상용(요셉), 백승운(비오) 부제가 동시에 서품을 받는 기쁨이 있었다. 모두 열심히 사제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원재(마르코) 예비신학생을 신학교에 추천을 해주었다. 지금은 신부가 되어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중이다.
나로서는 첫 번째로 아들신부가 탄생한 것이다. 성인신부가 되기를 기원한다. 일전에 어학공부를 마치고 정식 수강신청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서두르지 말고 건강하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빈다.
나의 특이한 소음 콤플렉스
나는 남보다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거의 병적인 수준이다. 우전성당 사제관은 성당과 분리되지 않고 한 건물 안에 있기 때문에 행사 때 소음이 많아 스트레스로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조용한 해성중고 종교감 당시 나춘성(스테파노) 신부 사제관 이층 방을 빌려 지내기도 했다. 이곳에서 글도 쓰고 뒷산에 산택하며 건강도 챙겼다. 좀 별난 사람이었다. 사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4년을 사제관과 이곳을 오가며 지냈다.
장소를 제공해주신 나춘성 신부님께 감사를 드린다. 뒷산에 복사꽃도 피었고 옹달샘도 있었는데, 나는 이곳이 좋아서 틈만 나면 글을 쓰는 사제가 되었다. 낮에는 새소리가 좋았고, 밤에는 시내의 불야성을 보는 기쁨도 있었다. 지금도 종교감 선생이 살고 있는 산중턱 조용한 이층집이 그립다.
나의 장점이자 약점
나는 소음 콤플렉스도 있지만 시간콤플렉스도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지각이란 해본 적이 없다. 남과 약속을 하면 10분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린다. 그래서 자동차를 타더라도 항상 10분전이 아니면 불안하다. 그래서 모든 보임에는 항상 내가 제일 먼저다. 어떤 때는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어 늦게 가보려고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된다.
나는 사제생활 40년 동안 미사시간에 늦어본 적이 없다. 약속시간도 그렇다. 그래서 나보고 시간이 면도날이라고 한다. 왜 이런 습관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는 완벽주의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이러다보니 내 자신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속 좁은 놈이 되고 만다.
젋었을 때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좀 무시했지만 지금은 그들이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인다. 나이가 들어 지금은 느슨하게 생각하고 싶지만 아직도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을 대하려면 마음이 불편하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시간 좀 무시하고 느슨하게 사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 보이고 나 같은 사람은 속 좁은 밴댕이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보다 건강하다. 맑은 물에 고기가 없다는 속담이 나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제부터라도 소갈머리 없는 놈으로 살아보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또 한 가지, 음악을 듣기는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악기를 하나도 다룰 줄 모른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금이라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 젋었을 때는 노래방도 자주 갔는데, 지금은 그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