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열(베드로) 대주교님
나는 신학교 초년기 때 전주교구장으로 계시던 한공열 주교님을 뵈었다. 그때 주교님과 함께 여름방학 때 신학생들과 냉면을 먹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는 귀한 음식이었고, 주교님과 함께 하는 자리라서 잊을 수가 없다.
그 후 광주대교구장으로 가시면서 대주교로 승격되어 가셨지만 얼마 후에 선종하셨다. 선종 하신 후 유품정리 때 당신이 쓰시던 가방을 구입했다. 사제생활 이사 때 제의가 방으로 유익하게 사용했는데,. 언젠가부터 내곁은 떠나고 말았다. 지금 보관하고 있으면 백 년이 넘는 골동품이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주여!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베푸소서, 아멘.
김재덕(아우구스티노) 주교님
김재덕 주교님은 나에게 서품을 주신 분이다. 내가 어렸을 때 번암공소에서 처음 뵌 분이다. 키가 크고 말씀이 시원시원해서 인기도 좋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분이었다. 부제 때 삭발데모로 꾸중도 들었지만 자비도 있으신 분이다. 건강상 일찍 은퇴생활을 하시다가 은퇴생활을 하시다가 선종하셨다.
주교님은 유신독재시절에 민주화운동에 힘을 주신 분이시다. 특히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시국 강론에서 “생일잔치 한 끼 잘 먹으려다가 굶어 죽겠다.”라는 말씀으로 노동자들의 착취를 정부에 질타하셨다. 그 뒤에도 신부들의 인권운동에 정신적으로 많은 힘을 주신 분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 분의 용기와 판단은 특별하신 분이었다.
주여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베풀어주소서, 아멘.
박정일(미카엘) 주교님
박정일 주교님은 내가 신학교 부재반 때 윤리신학을 가르쳐주신 은사 주교님이다, 제주교구장으로 계시다가 전주교구로 오시게 되어 나로서는 가까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교포사목을 신청했을 때 추천해주신 주교님이시다. 미국에 오시면 들러주시고 멕시코여행을 함께 했던 추억도 있다.
주교님은 성격이 온화하여서 남의 말을 거절 못하시는 분이시다. 타 교구 출신으로 전주교구에 오셔서 신부들과의 친교가 어려워졌지만 인자하신 성품으로 사제들을 잘 보살펴주셨다. 몇 년 후 출신 교구인 마산교구장으로 가셨다.
얼마 전까지 한국천주교 사목 시성 일에 책임주교로 일하고 계시다가 지금은 은퇴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주님! 주교님을 축복하여 주소서.
이병호(빈첸시오) 주교님
이병호 주교님은 현재 내가 속해있는 교구장이시다. 그동안 교구청사문제로 오랜 수고 끝에 주님이 선택해주신 지금 자리에 교구청사를 얻게 되어 감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주교님의 기도와 노고로 이루어진 것이다.
청사에 들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전동성당과 치명자산 종간에 계속 말로 명당 중에 명당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구민 그리고 사제단 모두도 기쁨이 크다.
언젠가 내가 개인적인 신상문제로 면담했을 때 끝까지 들어주시고 좋은 충고의 말씀도 해주셨다. 특별히 이번 은퇴문제로 상담했을 때 흔쾌히 들어주시고 건강을 기원해주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교님에게 실례가 되는지는 모르지만 주교님의 업무가 과중하니 보좌주교를 두시고 주교님 건강도 챙기시고 사제들과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누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좀 곤란한 문제는 편지에 적어 올렸다. 주교님은 아무 말이 없으셨다. 주교님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를 청합니다.
나는 주교님이 그 엄청난 교구 사목활동을 감당해내는 모습에 부러움과 존경을 표합니다. 항상 건강하고 성령의 힘으로 기쁨이 되게 하소서, 주님! 주교님을 축복해주소서, 아멘!
사제와 여자
신부 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여자 문제가 제일 관심사이고 복잡하다. 왜냐하면 건강한 남자가 독신 생활이 가능한가?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하느님을 위한 자신을 봉헌한 삶이라 했지만 어쩐지 세속 사람들의 눈에 호기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신비스러운 교회가 2천년이 넘도록 오늘날까지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독신생활 때문에 고위성직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성직자도 교회를 떠났다.
사실은 사제 독신제는 교회가 만든 전통이지 하느님의 법은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개신교회 목사, 성공회 신부, 동방교회 성직자 그들도 하느님의 제자들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다. 각자의 다른 방식으로 성직을 수행하는 것일 뿐이다. 천주교 신부와 여자관계는 너무나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문제만을 말하고자한다.
사실 나는 신학교 다닐 때부터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방학 때가 되면 데이트도 하고 좋은 친구로 지냈다. 본당에서 행사가 있으면 참여시켜 관심을 보여주었다. 함께 하는 시간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자들의 눈에는 오해받지 않아 구설수에는 오른 일은 없었다. 신학교 6년 동안 방학 때 즐거운 친구도 잘 지내고 지금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천주교 신부라고 해서 여자 친구가 없으란 법은 없다. 본당에 가면 모두가 여자 친구들이다.
천주교 신부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들에게는 한 번씩 유혹의 대상이 되기 쉽다. 잘났든 못났든 청춘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상관없이 천주교 신부라는 그 자체로 유혹의 관심이 된다.
신부생활 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 문제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좋게 생각하면 관심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구설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제의 처신은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순간 여자의 유혹의 시험에 들 때가 있다. 그 유혹의 방법은 하도 다양해서 소개하기가 어렵다. 한 가지 특징은 열심한척 접근하는 것이 기본이다. 유혹의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고 오묘해서 잠깐만 방심하면 코를 꿰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나는 조심스럽게 사제들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 사제로 한평생 살면서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는 성인이요, 유혹에 빠졌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왔다면 그는 돌아온 탕자의 은혜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갈팡질팡하다가 많은 실수를 한 사제였음을 고백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 삶을 비디오 영상에 비춰본다면 모두가 나에게 침을 뱉고 돌을 던지며 떠나버렸을 것이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니 이 일을 어찌 감당해야만 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느님께 용서를 청할 뿐이다. 돌아온 탕자를 받아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이제 집 나갈 일도 없고, 아버지 곁에서 사는 것이 내 삶의 전부이다. 주님 앞에서는 죄인이요, 인간 앞에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제였음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한다. 주님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주님, 당신이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님!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시편 130)
주님 그놈이 바로 이놈입니다. 주님 사랑과 자비와 용서 없이는 살아도 죽은 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