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초등학교 졸업식
나는 학급에서 공부는 상위권에 속했고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와 사회였다. 지금도 숫자에는 아둔하다. 자랑 같지만 졸업식 때에는 졸업생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인 교육장상을 받았다. 그리고 개근상은 6년 내리 받았다. 상품으로 받은 한문사전은 지금도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다.
졸업식 대표로 답사까지 하는 영광을 가졌다. 졸업식 때 내 바로 위 형이 꽃다발 선물도 해주었는데, 그때로서는 희소한 선물이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는 동창회 모임이 있으면 6학년 때 반장 책임으로 꼭 참석하였다. 지금은 세월이 흘렀고 건강도 좋지 않아 가끔 빠질 때가 있어서 미안할 따름이다.
좋아했던 고향친구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친구는 등교 거리가 멀어서 학교에 결석도 자주 했지만 성적도 좋았고, 성격도 나와 비슷하였다. 내가 동창회에 가는 것은 그 친구가 보고 싶어서이다.. 내가 발간한 시집에 그를 위해 한줄 써 놓은 것이 있어서 여기에 올려본다.
고향 친구 하나 있음을
친구
철이 나면서 즐겨 부르던 말
같은 또래 같은 생각
나 어릴 때 이런 친구 하나 있어
좋은 형제 하나 만남이라
마음 착하고 욕심이 없으니
나 이것이 같음이라
나 친구 하나 있으니
고향같이 내 맘에 있는 사람
말은 없지만 진실해서 좋고
가난하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자
고향 같은 친구
잊지 않고 있지요
그리고
사랑하고 있지요
_ 시집 ‘하루를 살아도’에서
우물안 개구리 세상구경
나는 시골 면소재지에 살면서 바깥세상으로 나서본 적이 거의 없었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첫날 남원이라는 곳에서 기차를 처음 본 순간 신기한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집채만한 화통에서 뿌연 연기를 뿜을 때마다 삑삑 소리가 났다. 우리 학교보다 더 큰 철가방 통을 끌고 칙칙폭폭 칙칙폭폭 철길을 미끄러지듯 잘도 달렸다. 동요에 나오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처럼 말이다.
여수에 도착하자 또 한 번 놀랐다. 세상에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물리 쏟아져 모였을까?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도, 철썩 철썩 물거품을 내며 파도치는 모습도 모두 처음 보았다.
아, 이곳이 바다라는 곳이로구나!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구경을 처음 하는 순간이었다. 오동도 섬이 콘크리트 길로 이어진 것도 신기했다. 바다 한가운데에 우리 학교보다 더 큰 물건이 떠있는데, 저것은 무슨 괴물이란 것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유조선이었다.
다음날은 어시장 구경을 갔는데, 육지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각종 해산물들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집에서 먹어본 바다고기로는 간고등어와 갈치, 멸치 그리고 명태뿐이었는데 이곳은 딴 세상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수학여행은 제대로 했다. 가끔씩 그 시절 추억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마지막 또 한 번의 수학여행을 해야 할 곳이 남아 있다. 하늘나라에 가면 내가 살던 또 다른 세상에서 제ㅐ2의 놀라운 수학여행을 체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글을 쓴다면 제목은 <세상 안 개구리의 하늘나라 이야기>라고 붙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원성당 관할 공소였던 우리집
우리 집은 남원선당 관할 공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판공이라고 해서 봄과 가을에 신부님이 한 번씩 들러서 낮에는 고백성사, 밤에는 찰고를 받고 주무시고, 아침미사를 하고 떠나셨다. 공소에서는 교무금을 내야 하는데 모두가 형편이 어려워 낼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대신 내주고 가져오면 받고 아니면 그냥 넘어가셨다. 그래서 우리 공소가 본당에서 제일 먼저 교무금을 납부했다고 신부님이 칭찬하셨다.
고인이 되셨지만 김재덕(아오스딩) 주교님이 남원본당에 계실 때였다. 키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차서 모두가 주교님의 강론에 귀를 떼지 못했다. 주교님이 가시고 나면 내 바로 밑 아우와 외사촌 동생과 나는 어머니 치마와 담요를 둘러쓰고 사랑채에서 미사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외사촌 동생 이상일(시몬)은 예수회 신부가 되어 서강대학고 총장까지 했고 나는 교구 신부로 40년간 사목하다가 지금은 은퇴하여 살고 있다. 내 아래 동생이 신앙생활에는 소홀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는 열심한 성가정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해본다. ‘주여, 우리 가정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지금도 시골 공소에 이런 꿈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