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것은 싫어 (70화)
  제10장 에세이[3]

어려운 것은 싫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장수군 수분리라는 곳에서 몇 년 간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장수읍내까지는 8km가 넘는 먼 거리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취학할 나이가 되어도 길이 멀어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집 사랑방에 서당을 차리고 훈장님을 모셨다. 

우리집 형제들과 동네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하였으나 나는 나이가 너무 어려 그쪽에 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형들의 글 읽는 소리에 견딜 수가 없었다. 심부름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공부를 했는데, 자랑 같지만 정규 학생보다 내가 먼저 천자문을 마쳤다. 그 일로 실력을 인정받아 형들과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어려운 말씀이 나오면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풀어서 말한다. 


그 뒤에 아버지가 면으로 취직이 되어서 번암면 소재지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곳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학교가 너무 재미있었다, 제일 재미있는 과목은 국어와 자연이었고, 제일 재미없는 과목은 산수였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숫자계산에는 흥미가 없다. 

지금도 우리집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고, 자동차 번호는 물론이고 주민등록번호도 겨우 외우고 있다., 그리고 계산할 때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셈을 하는, 초등학교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래서 계산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초, 중, 고등학교 때의 성적은 대체로 양호했으나 수학에서 망쳐버리기가 일쑤였다. 

아직도 그놈의 수학으로 인해 성적이 곤두박질했던 기억 때문에 악몽을 꿀 때가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그뒤 한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내가 선생님이 되든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어렵게 가르치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에는 알아들을 때까지 가르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 중학졸업식에서

수학 선생님은 칠판에 문제를 줄줄 풀어나가면서 수준 높은 학생들만 상대로 수업을 했었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여 질문도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수학시간은 아예 나와는 거리가 먼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었다. 학원에 다니면서 보충해보려고도 해보았지만 잘 되질 않았다. 이때 나는 어려운 것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생각했었다.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진리는 쉬워야 한다. 이것이 나의 소신이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할 때도 어려운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사제로서 남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주말 강론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강론을 해야 한다. 만약 어려운 말씀이 나오면 나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서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풀어서 말한다. 

아무리 귀한 진리라 할지라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쉬운 것도 어려운 척 하느라 어렵게 가르친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쉽고 단순한 것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궤변론자들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고,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내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 세상은 수학처럼, 논리학처럼 그렇게 논리적으로, 수학공식으로 셈해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그렇게 어렵고 피곤하게 살지 말자. 쉽게 풀리는 것도 어렵게 생각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반면에 복잡한 것도 쉽게 생각하면 쉽게 풀릴 때가 있다. 

그렇다고 매사를 가볍게 생각하라는 뜻은 아니다. 매사를 꼬이고 뒤틀리게 살지 말자는 말이다. 

세상에는 어둠보다 빛이 크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보자. 

나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내가 왜 수학을 못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인생에 수학시간만 있었다면 나는 벌써 지구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셈을 해서 증명된 시간이 아닌 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시간들을 위해 살고 있다. 

나는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존경한다. 그 사람들이 내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1+1=2’가 되는 일도 있고, ‘1+1=1’이 되는 일도 있던데요. 수학 선생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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