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松隱) 선생과 포은(圃隱) 선생의 교유(交遊) (5회)
  제1장 나의 세계(世系)와 가계(家系)

송은(松隱) 선생은 1398년(태조7) 11월 27일 향리(밀양 삼포 송계리)에서 세상을 여의니, 향년 67세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선생은 다음과 같이 유언하셨다고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 조정을 내리 섬겼다. 천은이 망극했고, 신운(身運)도 좋았다. <중략> 나는 죽어 왕 씨의 혼에게 돌아가지만, 너희들은 이 씨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미 남의 신하가 되어 충성하기로 작정하거든 힘껏 해라. 선천과 후천에 부자 사이에도 사는 시대가 다르면 달리 할 수 있지 않은가.”<하략>

조선의 조정에서 정종 원년에 충숙(忠肅)이란 시호를 내리고, 좌의정을 중직하였으며. 경북 청도 용강서원과 경남 산청 신계서원에 배향했다. 선생은 입지잠(立志箴), 지신잠(持身箴) 등 글을 다수 남겼다. 

천수를 다하여 이 세상에서의 할 일을 다 마치고 눈을 감으시면서 후손들의 장래를 생각하고 길을 열어주려는 유언에 이르러서는 600년 뒤에 살아가는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오로지 감읍할 따름이다. 이것이 우리 가문의 육신적 혈통과 함께 정신적 전통의 큰 분기점이 되었으리란 사실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선생에 대한 소개를 마치면서 선생이 남긴 시 몇 수를 소개한다. 

눈 덮인 우뚝 솟은 소나무를 노래함     

찬 기운에 잎 떨어진 나무 온 산에 가득한데,
눈에 쌓여 그 모습을 분간하지 못하겠구나.
그 속에서 홀로 봄빛은 어디 있는고? 
봉우리에 우뚝 선 소나무 한 그루

향리에서 망국유신의 회포를 읆음

높은 나뭇가지 끝 자던 새 놀라 
옛 누대(樓臺) 날아들며 지저귀누나
일편단심 구름천리 얼마나 바라보아
피눈물 덧없이 흘러 오경 되었네
아침에 해 뜨면 흐르는 세월 느껴서 알고 
저녁이면 강호의 소식 듣고 동지를 찾네
곁에 있는 사람들아 나랏일 묻지 마소
산수에 노니는 것만으로 한평생 족하다오

송은 선생은 포은(圃隱), 목은(牧隱)과 충절의 뜻을 함께 했던 각별한 사이라고 발한바 있거니와 이런 정황을 짐작할 수 있는 포은과의 문답시가 전해져  내려오며, 세 분이 함께 만나 교분을 나눈 생생한 흔적도 시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포은 정몽주에게 드림 / 贈鄭圃隱夢周  

지난 일들을 헤아려 보니, / 聞見先天事
영화란 이름이 욕이로구려. / 榮名辱世間
마음 속 깊은 생각 말할 것 없이, / 莫言心內思
일찍이 산으로 돌아감만 못하네. / 不似早還山
 
▲ 송은 선생 묘의 벽화 / 2000년 9월 사오마이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뒤 경남 밀양시 청도면 고법리에 있는 송은(松隱) 박익(朴翊) 선생의 묘 봉분이 내려 앉았다. 이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채색 벽화가 발견되었는데, 벽화에는 인물, 말, 도구 등의 생활풍속도와 함께 양쪽 가장자리에 대나무와  매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위 벽화는 그 중의 하나이다.
 
송은의 시에 포은이 화답 함 / 附次           
 
우리들 그 무슨 인연으론지 / 吾輩何緣得
공명으로 반생을 지내왔구려. / 功名半世間
이제는 송죽 벗을 삼아 / 蒼松同碧竹
청산에서 백발로 늙어 가세나. / 白髮老靑山
      
손님을 맞이하면서 포은에게 드림 / 鄭圃隱 

벗이 송계의 은사 집을 찾아오신 날, / 來訪松溪隱士家
석양에 문은 닫혀 있고 꽃은 지누나. / 夕陽門掩落花多
술 잔 앞에 두고 그윽한 내 심정 물어보는데, / 樽前問我幽閑意
발 밖으로 청산이 반쯤 비껴보이네. / 簾外靑山半面斜
  
위의 시에 포은이 화답 함 / 附次 

봄바람에 말을 멈추고 산집 물을 제 / 東風歇馬問山家
꽂 지고 새 울고 석양볕 바르네. / 花落鳥啼夕照多
평생을 깊이 사귀어온 정든 벗이라, / 吾友平生同契厚
이야기하다가 달지는 줄 몰랐네. / 淸談不覺月西斜

주인이 돌아가려는 손님을 붙잡으며 포은에게 화답 함 / 和圃隱

주인은 손을 붙드는데 손은 굳이 가려는가, / 主人挽客客催歸
손이 기어이 가려기에 더욱 붙들어보네. / 客欲歸時況挽衣
이별의 날 많고 만나는 날 적은 이 세상, / 別日尙多逢日少
백년에 오늘 같은 날 또한 드물 것일세. / 百年今日亦云稀

포은이 다시 송은의 화답에 차운 함 / 附原 

그대 무슨 일로 산에 숨어 사는가. / 問君何事棲山歸
외나무에 남은 꽂이 옷을 비치네. / 獨木殘花映我衣
저승서도 이승같이 산다고는 하지만, / 假使缺明遊若此
천년이나 산다는 건 드문 일이에. / 千年不死古來稀
 
목은이 이에 다시 차운 함 / 附次 

꿈같은 한 세상 누굴 위해 사는가. / 南柯一夢爲誰歸
객이 오자 달 떠올라 옷에 비추네. / 有客來時月上衣
저마다 풍류를 안다고는 하건마는 / 老少風流雖自愛
술 석 잔에 깨닫기란 드문 일일세. / 三盃能解古來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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