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_손목이 부러져도 문을 두드리는 친구(2)
  [에필로그]

박원탁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 제11대 국회의원
전 국가대테러정책위원장


경남 합천에서 500석의 토호였던 고조부님과 한약방을 하셨던 증조부님, 그리고 조부님은 학행을 좋아하셨다. 특히 조부께서는 조선시대 말에 세 번이나 과거에 응시하셨으나 낙방하신다. 

그 무렵 나라가 어지러워 민중이 봉기하기 시작하자 조부님은 의병에 가담하여 수장으로 활약하면서 재산을 처분하여 동학군의 군자금과 주민들의 굶주림에 대신하셨다. 그 후 갑오경장이 일어나 1894년 7월 15일에 하동전투에서 장렬한 싸움 끝에 향년 31세로 전사하셨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인간 박판제.

1980년 6월 어느 날 아침에 처음 만났다. 4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었다. 서로 상면하던 때의 나라 분위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서울 삼청동에 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후 국보위) 사무실에어 만났다. 현역 군 고급간부로 둘러싸인 삼엄한 분위기에서였다. 

그 속에서 당돌할 정도로 당당하게 한국의 경제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제기를 하는 자가 있었다. 바로 재무부 국고국장 박판제 위원이었다. 당시 국내외 사정이 무척 어려웠다. 최규하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공급을 받으러 출장을 가야 할 정도였다. 

당시 <국보위>는 군사통치를 위한 조직은 아니었다. 국가의 위기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임시 행정관리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5.18민주화운동에 <국보위>가 관계있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으나 실은 국보위는 6월초에 구성되었고, 5.18은 당시 계엄사령부에서 총괄한 것이다. 

‘국보위’에 참여한 민간인은 주로 고위공무원, 학계나 언론계 출신으로 전문성 위주로 차출되었다. 그것도 하자가 없고 소속처마다 능력차로 평가받고 있는 자를 선발했다. 당시 재무부의 수석국장이었던 박판제는 재무부의 가장 젊은 능력자로 차출되었다. 
 
<국보위>는 그동안 각종 개혁적인 제도개선과 부패 척결에 주저하지 않았다. 재무분과 위원에는 민간인 세 명이 있었다. 공무원 출신 박판제 위원, 한승수(후에 국무총리) 위원, 교수출신 김종인 위원, 세 분이 당시에 한국경제 위기를 타개한 소위 단비를 창조한 3인방이라고 불렀다. 
 
▲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박원탁 [출처 ; 여의도연구소 영상물 캡처]

그런데 나에게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위의 세분 다 내가 잘 아는 처지이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연락하고 지내는 박판제 장관과 조선일보 사우회 회장을 맡았던 송형목 회장과는 친형제처럼 지낸다. 서로 투명한 인간 셋이 이 지구에 살고 있듯이 만나는 사이인데 며칠 전 회고록을 출판하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역시 박판제구나! 서울역 앞 구두닦이에서, 상고 야간부에서, 고등고시 합격에서, 재무부 국고국장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경험하면서도 평생 힘없이 정결한 생활을 해왔던 박판제. 

학처럼 조용한 모습이 때에 따라 독수리 같은 힘의 진취력을 지닌 모습, 업무에는 사자의 집념처럼 뛰는 결의, 그 중에 가장 가까운 모습은 세 번째, 그렇게 힘든 회고록을 쓰면서도 없었으니 역시 대인임에 틀림없다. 

만일 이 회고록을 읽지 않았다면 박 장관의 참모습을 못보고 세월을 낭비했을 것이다. 모자라는 내가 이렇듯 큰 나무숲과 더불어 있다는 생각만 해도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공직을 떠난 후에는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한국 경제계의 수많은 유력한 CEO와 최고위 지식인을 입학시켜 디자인 혁신교육을 시켜 한국을 디자인 강국으로 육성시켜가는 과정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혼자서 지봉장학재단을 설립하여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존경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회고록에서 본인의 자라온 과정마다 여러 선각자의 언행과 당시 국내외의 각종 정세까지 비교분석했기에 어느 누구의 회고록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단상에서 말할 수 있는 자료로 쌓여있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회에서 대학에서 회사에서 어디에서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동시에 자녀교육을 위해 나라에 대한 충성스러운 내용과 조상과 부모님에 대한 효성심에 관해서도 필독서이기에 독자여러분께 주저 없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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