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과거의 풍토 하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시정하고, 새로운 경제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경제적 집중현상으로 재벌그룹들이 과도한 재벌기업군을, 그것도 금융자금 차입에 의해 무리하게 확대해나가는 문제와 일부 기업자금이 비업무용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분야에 투입되고 있는 것을 시정해나가는 것이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되었다.
당시의 국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모든 분야에서 경기가 급격히 감퇴되고 10.26후 사회적 혼란 속에서 농사마저 흉년이 들어 막대한 쌀을 도입해야 하는데다가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모든 기업이 자금난에 봉착하고 있었다.
이런 상환 속에서 부동산 경기는 극도로 침체되었으니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인들 어찌 있었겠는가.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불필요한 계역기업과 비업무용 부동산을 과감히 처분해 주력기업에 투자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의 활력을 다시 충전해 균형성장을 유도해나가기 위해서 기업체질 강화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책에서 당시 우리경제를 분석한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대외적으로는 유류파동과 국제적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수출증가세가 둔화하여, 대만, 싱가포르, 홍콩보다 뒤지고 있었고,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어 갔다. 대내적으로는 생산성을 상회하는 노임상승과 기업금융 비용의 증가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불리한 여건에 전반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져 1972년의 8.3조치 이전의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일부기업은 경기가 좋을 때 기업자금의 일부를 투기목적의 부동산에 과다하게 투자한다든가, 금융 등의 차입에 의해 계열기업을 확장하여 무리하게 기업팽창을 해온 결과 불황기가 되자 부동산 등에 사장된 기업자금의 회수가 어려워 문제가 심화되었다.
국민경제 전반의 입장에서 볼 경우에는, 토지 소유의 편재현상의 심화와 국가경쟁력의 편중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다.
기업을 둘러싼 이와 같은 대내외적인 불리한 여건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의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기필코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그래서 기업을 둘러싼 대외적인 제요인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여, 당장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노력만 하면 해결 가능한 대내적인 문제만은 그 해결에 있어 다소의 부작용과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합심하여 노력하여 나감으로써 기업체질을 강화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당면한 과제로 생각되었다.
마침내 1980년 9월 27일 <기업체질강화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9.27조치가 그것이다. 그 대책의 공자만 간추려본다.
기업과 기업인 소유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촉진 및 소유제한, 재벌그룹 소유 계열기업 정리, 회사정리제도의 보완 및 구제금융 적제,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한 외부감시제도 도입, 기업경비의 절감과 재무구조 개선지원을 위한 기업과세 제도의 합리화.
이 중에서 계열기업 정리와 비업부용 부동산 처분, 외부감사제도 도입 등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둔다.
첫째, 계열기업 정리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복지가 골고루 실현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다시 말하면 선진산업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지감의 어려움을 급속히 극복해서 지속성장을 추진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각 개별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면서 그에 따른 산업구조를 고도화 하여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가 이렇다고 볼 때, 재벌그룹이 성장 발전하여 세계적 유수한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해 경쟁을 해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 바라는 바요, 국민적 긍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적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세계적 거대기업이 생겨서 전 세계에 계열기업군을 거느리고 선진기술과 제휴하고 자체기술을 개발하여 수출을 증대해나가는 것, 이것은 우리 국민이 모두 바라는 소망이 될 것이다.
재벌그룹이 이 같은 큰 차원의 국제적 시야를 갖지 않고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무리하게 계열기업군을 확장하고, 심지어 중소기업 분야까지 참여하고, 나아가 금융까지 장악하는 그러한 사태로 발전해나간다면, 그 같은 사태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정해나가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 경제는 대단히 어려운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30여개의 재벌그룹이 직간접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계열기업은 평균 30개에서 50개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이 대책은 그 계열기업 중 중소기업형이거나 꼭 필요치 않은 몇 개는 처분해, 그 재벌그룹의 주력 기업에 집중투자해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거대한 ‘글로벌(Global)기업’으로 육성해나가도록, 강제가 아닌 정책적으로 유도해나가고자 한 것이었다.
이것은 충격요법이 아니라 자발적, 유도적 정책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이 불황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주력기업의 집중육성을 통한 재벌그룹의 국제화 글로벌화를 실현해나가면서 우리 경제의 편중을 시정하고 균형적 성장을 추구해 나가기로 하는 데에 그 목표가 있었다.
이 같은 취지에서 계열기업 정리대책을 마련했다.
일부 재벌그룹이 능력이 넘치는 비대한 계열기업체를 형성하고 있을 경우, 이는 국가경쟁력의 일부 편향 집중현상이 되어,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노정하게 되고, 국민이나 경쟁이 상호간에 위화감이 조성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해 재벌그룹 자체도 경기 변동기에 한두 개 방계기업의 부실화로 전 그룹 경영이 영향을 받아 불경기를 이겨내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관계부처는 협의기구를 편성하여 다음 사항을 포함하는 계열기업 정리원칙과 기준을 조속히 마련한다. 정리유도 대상 계열그룹은 방계 계열 기업수가 많은 순위부터 20개 이내로 한다.
재벌그룹은 그 특성에 맞는 중점육성의 주력기업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자기 능력에 맞는 계열기업 수를 자율적으로 정한다. 동 주력기업에 대하여는 업종별로 일정률 이상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도록 한다. 증자 재원은 방계 계열기업과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으로 마련한다. 특히 중소기업형 계열기업은 최우선 처분토록 한다.
각 재벌그룹은 정부의 계열기업 정리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자체 정리계획을 수립 시행하되, 관계부처 협의기구는 국가적 차원에서 동 자체 정리계획에 대하여 자문하거나 협의 조정토록 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동 자체 정리계획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재정금융상 지원책을 강구한다.
계열기업 정리는 일부 재벌그룹이 지금까지 자기 자본이 빈약하면서도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하여 불경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자생력이 없는 것을, 이를 능력에 맞도록 정리함으로써 당해 계열기업군의 내실을 기함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앞으로의 성장발전을 위한 기반을 확충하는데 그 근본취지가 있었으므로 기업의 생산 활동에는 지장이 없도록 무리 없이 집행할 것이며, 일정 기간 경과 후에도 계열기업 정리나 재무구조 개선실적이 부진할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검토한다.
앞으로 계열기업의 무리한 확장을 역제하기 위하여 연내에 제정될 독과점 방식을 위한 공정거래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이며, 금융기관은 부실기업 정리 시 채권보전만을 위한 무리한 인수 종용을 억제하고, 전망 없는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