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 실천요강 수립 (65회)
  제8장 정치의 회오리 속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우리 속담 그대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면 국민 개개의 의식이 구각(舊殼)을 벗어던지는 혁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사정협의회는 우선 의식개혁의 기본지침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의식개혁은 나 자신과 가정으로부터 출발하여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둘째, 의식개혁은 자기 주변의 가장 가깝고 쉬운 과제부터 실천한다. 위로부터 확산시켜 일상생활 속에 체질화되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강력히 추진한다. 이 기본지침에 대한 실천요강 9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모든 생활은 ‘정직’에 원칙을 두고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여 불신풍조 추방, 양심적인 개인, 깨끗한 정부, 도덕적인 사회

② 모든 생활의 기초를 ‘질서’에 두고 이를 체질화하기 위해 국민적 역량을 최대한 경주, 건전한 생활 질서, 조화로운 공공질서

③ 왜곡된 미풍양속의 본질을 되찾아 민족정기와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 자신에게는 엄격, 가정에는 가풍, 사회에는 예절

④ 모든 공직자는 ‘청렴의무’하에 무사안일 등 고질적 폐습에서 탈피, 스스로 철저히 책임지는 공직관 확립. 상사에는 존경을, 책임은 내가, 공과 포상은 부하에게

⑤ 각자가 자기 본분에 충실하고,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 남의 일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 지양

⑥ 고질화된 생활 주변의 각종 낭비요소를 과감히 제거하여 분수에 맞는 생활 자세 정립 (시간, 물자, 노력)

⑦ 민주시민으로서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회의 부정 부패와 무질서에 대한 건전한 고발정신 함양

⑧ 지나친 이기주의와 뿌리 깊은 파벌연고 의식을 철저히 불식함으로써 국민화합의 기반 마련

⑨ 모든 교육은 ‘가정교육’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 여성의 적극적 참여와 역할 제고  

우리는 이 요강을 수립 제시하면서 사람이 저마다 자기 위치와 분수를 지키며 살 때 그 가정이나 사회는 극락이나 천당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워싱턴 어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 1981년 어느날 아내, 셋째딸과

워싱턴은 어느 때 자기의 동료를 데리고 고향을 찾은 일이 있었다. 고향에는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고향 집에 당도한 워싱턴이 문간에 서서 둘레둘레 집안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그때 방안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듯 했다. 워싱턴은 동료에게 고향 이야기를 이것저것 들려주면서 마당으로 들어섰다. 

“어머님!”

이 뜻밖의 소리를 듣자 그의 어머니는 밀가루 투성이가 된 손을 닦으며 반가이 아들을 맞이해주었다. 

“웬일이냐? 내 아들 조지가 돌아왔구나!”
그러더니 다시 손님에게 인사를 했다. 

“자, 어서 들어갑시다. 난 지금부터 옛날 조지가 좋아하던 만두를 만들테니까요.”
그러고는 주방으로 내려가서 열심히 만두를 빚었다. 이윽고 만두가 나와 모두들 감격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어머님, 전 어머님 덕택으로 이렇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입은 어머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제발 앞으로는 부엌일만은 가정부를 두어서 하십시오. 그리고 어머님은 이제 부디 마음 편하게 지내십시오.”

워싱턴이 이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기뻐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애야,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을 낸 이 마을에서 가난뱅이를 내고 싶지 않다. 그 때문에 내가 일한 만큼 일해서 가난뱅이들에게 얼마씩이라도 도와주고 싶단다.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대통령 어머니는 어머니, 아니, 대통령 어머니가 일해서는 안 된다면 난 언제든지 그 대통령의 어머니를 그만두겠다.”

미소를 띠며 말하는 그 말에 모두 경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은가! 대통령의 어머니이지만 여느 어머니답게 평민으로 살아가겠다는 워싱턴의 어머니가 이 땅에도 많았으면 좋으련만.......

이 의식개혁 추진과정에서 내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두 주장을 여기에 덧붙여 둔다. 

첫째, 권력층이나 고위공직자의 언어순화 주장이다. 귀때기가 새파란 상사에게 고언영색(巧言令色) 하느라 ‘영감님’이락 호칭하면서도 부집(父執)어른인 민원인을 마치 하인 취급하는 관료주의를 없애는 것은 언어순화가 지름길이라 여겼다. “말이 천 냥 빚을 갚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우리의 속담을 생활화 할 때 관공서의 문턱은 그만큼 낮아지고 민관화합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언어생활에서 가급적 고성과 격음을 빼는 것은 물론, 따뜻하고 정겨운 말로 민원을 처리하고, 전화 받는 말씨부터 고쳐나가자고 주장했다.  

아무리 듣기 싫어도 충언에 맞서지 말고, 한 음계 낮추어서 그 충언을 응수해야 하는 법. 그러기에 노자(老子)의 말처럼 ‘혀’는 ‘이빨’보다도 강한 법이다. 이즈음 나는 <전국책>에 나오는 추기(皺忌)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중국 제나라의 추기라는 장관이 어느 날 그의 내자에게 물었다. 
“여보, 나하고 성 북쪽에 사는 제공(除公)과 누가 더 사내답게 보여요?”
“어머, 그건 물으나 마나예요. 그거야 당신이 훨씬 잘나고 장부답게 보이지요! 아, 제공같은 거야 당신 신 벗어놓은 데도 못 따라와요.”

추기는 내자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제공은 그 당시 제나라에서는 제일 가는 미남자였기 때문이다. 
 
추기는 집에서 부리는 종에게 물어보았다. 종도 역시 추기가 잘 생겼다고 대답했다. 추기는 다시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도 물어보았다. 손님 역시 추기가 더 잘 생겼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제공이 추기 집으로 찾아왔다. 아무리 보아도 제공은 과연 잘 생긴 얼굴이었다. 추기는 어제까지도 자랑스럽던 자기 얼굴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날 밤 추기는 자리에 들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자가 나를 칭찬한 것은 내 내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상전인 내가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손님이 나를 칭찬한 것은 아마 내게 무슨 부탁이 있어서 듣기 좋으라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들이 말한 것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추기는 서글프기만 했다. 어째 그들에게 속은 것만 같았다. 추기는 이튿날 대궐로 나아가 제나라 임금님을 만나게 되었다. 

“전하. 신은 저 제공보다 훨씬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그런데도 전혀 신의 내자는 신이 남편이므로, 종은 신이 두려워서, 손님은 꿍심이 있어 신이 제공보다도 더 잘생겼다고 했사옵니다. 전하. 제나라는 그 넓이가 2만4천 평방킬로미터이옵니다. 게다가 그 속에는 성이 백 스무 개나 되어 종이나 신하고 모두 전하를 역성들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많은 신료가 전하를 두려워하옵고, 지방 사또도 전하로부터 뭔가를 가로채려고 하고 있사옵니다. 신이 이렇게 생각해보오니, 전하께서는 눈이 가려져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이 드옵니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든 신의 경우처럼 늘 사실과는 다르게 알랑거리는 말만 들어오셨기에 무엇 하나 바른 이야기는 못 듣고 계신 줄로 아옵니다.”

임금은 추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말이 합당하다고 여겨졌다. 임금은 다음과 같은 명령을 전국에다 다음과 같이 내렸다. 

“모든 대신 벼슬아치 그리고 백성 중에 내 잘못을 내 앞에서 바로 퍼붓는 사람에게는 제일 좋은 상을 내린다. 또 내 잘못을 편지로 써서 보낸 자에게는 2등의 상을 내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앞에서 내 잘못을 말했는데, 그것이 내 귀에 들어오면 그 자에게는 3등의 상을 내리겠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임금에게서 곳곳에서 바르고 바른 여러 의견이 모여들었다. 임금은 그 의견을 모아 나라를 다스리는데 좋은 자료로 삼았다. 제나라는 옛날보다 더더욱 번성해갔다. 

이 이야기는 바른 소리와 교언영색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경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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