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장에 취임 (72회)
  제10장 환경청의 더 맑게 더 푸르게

'조물주의 손을 떠날 때는 모든 물체가 다 선(善)이었으나, 인간들의 손에 옮겨지면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다. 인간은 갑지(甲地)에다 을지(乙地)의 산물을 생산하려고 강요하거나, 병(丙)나무에다 정(丁)의 나무에 열매를 맺게 하려고 강요한다. 기후도 자연의 장소도 계절의 순서도 뒤죽박죽으로 해버린다. 기르는 개나 말이나 노예를 불구자로 만들어버린다. 인간은 일체 만물을 전도(顚倒)하고, 일체 만물을 불구로 해놓고, 그 기형(畸形)을 기뻐하고 있다. 도깨비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 하나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대로 놓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까지도 자연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바지하기 위해 승마나 그 무엇과 같이 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정원수나 그 무엇과 같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로 제 못대로 뒤틀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루소(Rousseau)의 유명한 <에밀>이 첫 대목에 나오는 글이다. 

그렇다! 대자연은 태어날 때는 다 선하고 질서조화가 유지되어 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언제나 해는 아침에 동에서 뜨고, 저녁에 서쪽으로 넘어간다. 낮이 가면 밤이 온다. 일정한 주기로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고, 달이 차면 기우는 등, 한 치의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지 않고, 도리어 주제넘게 자연을 정복하여 이란격석(以卵擊石)의 우를 범한다. 인간의 손이 스치는 곳마다 파괴가 있을 뿐이요, 자연의 비참한 죽음이 있을 뿐이다. 

모름지기 우리 인간은 마음을 비우고 자연 앞에 경건해야 잃어버린 자연의 조화를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되돌려 줄 수 있다. 우리는 잠시 빌려 쓰고 있는 대자연을 아무 손상 없이 그대로 돌려주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쓰레기를 처리한 방법을 눈 여겨 보게 되었고 눈에 띄는게  있었기에 소개해둔다. 

독일 ; 본에서는 쓰레기 수거 횟수를 주민들 자신이 정한다. 횟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시민의 부담은 줄어든다. 쓰레기 수거비는 모두 주민부담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빈병은 의무적으로 음료수 판매점이 돈을 내고 회수하도록 한다. 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판매업자는 망가진 다음의 수상기를 회수하는 것까지 검토 중에 있다. 

스위스 ; 베른의 시민들은 일정한 쓰레기봉지를 수퍼마켓에서 사서 500원의 수입인지를 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 청소원이 수거해가지 않는다. 베른의 길목에도 색깔별로 쓰레기 수거차가 있다. 시민들은 유리병, 종이, 음식찌꺼기 등으로 나눠서 버린다. 시는 음식찌꺼기로 퇴비를 만들어 재활용한다. 

덴마크 ; 코펜하겐은 쓰레기 수거장소를 여러 군데 설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쓰레기를 14가지로 분류해서 버리도록 14개의 수거차가 세워져 있다. 무엇을 어느 차에 버리는 지를 잘 모르는 시민을 위해 담당자가 따로 있다. 이 나라에서는 빈 깡통이 보이지 않는다.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 이외의 금속제 깡통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이 얼마나 잔신경을 쓰고 있는가. 언젠가 이런 기사도 본적이 있다. 스위스의 산토스 화학에 원인 모를 화재가 일어나 독극물이 유출되자, 오염된 흙을 세탁하고 그 물을 정화했다는 기사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어느 나라에선 삼림에서 늑대 한 마리가 죽었을 때 국가의 예산으로 다른 나라에서 늑대를 한 마리 사들여와 그 삼림에 놓아주어 자연이 질서를 찾아주었다는 기사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보호동물인 설악산의 반달곰을 마구 잡는가 하면, 살아 있는 곰의 쓸개를 끄집어내어 돈을 낚고 있는, 곰 백정이 보도된 적이 있다. 

어찌 그것 뿐이랴. 예로부터 얌치배는 기암괴석에다 서푼어치도 못되는 자기 이름을 새기고, 그 기암괴석이나 희귀한 나무를 가져다가 자기 정원을 꾸민다. 근년에 와서도 권세 막강한 분의 영부인이 불교신자라 절에 참배하기 편하도록 산을 깎아 헐어 도로를 신설한 일이 있어 세인의 빈축을 산 일도 있었다. 

생각하여 보라. 국민이 공기를 마시고, 생산되는 곡물과 물을 먹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그 공기와 물이 썩어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다면 이는 실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환경청장 취임식(1986. 5.)

고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1960년대 초 1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울산 지역에 들러 “이 넓은 벌판에 공장을 가득 지어 굴뚝마다 연기가 펑펑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이 필생의 소망이다.”라고 피력한 바 있었다. 아무도 이를 이상히 보지 않았다. 공업화를 통해 경제개발만이 우리의 절박한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환경문제는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었다.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공업화를 급속히 진행하면서 환경오염문제는 적극적으로 심화 누적되어 갔다.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생각하여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당시 일본 환경 분야의 어느 저명한 학자는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의 공업화의 영웅은 될수 있을 지언정 한국 국민에게 환경적 재앙을 안겨주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고 그런 분위기도 전혀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대회가 개최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내가 환경청장에 부임하게 된 것이었다. 임명장 수여식에서의 분위기도 지금 우리 형편으로는 환경개선에 너무 욕심낼 단계는 아니고 서울올림픽 개최에 즈음하여 고속도로 주변의 쓰레기나 잘 치우고 화장실 청소나 깨끗이 잘 하여 외국인들에게 혐오감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국내외 분위기는 그런 안이한 대응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아 아니었다. 북한은 “서울 명동에 나가면 크루드 오일을 뒤집어 쓸 정도로 심각한 공해공화국에서 무슨 올림픽 개최냐”라며 전 세계를 향해 선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최열 씨를 비롯한 소위 ‘젊은 운동권 인사들’이 전국의 공해상황을 지속적으로 고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청에 부임해보니 우선 조직과 인력부터 이 같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왜소해서 역부족이었다. 조달청만 해도 국장이 10명이 넘었는데, 환경청은 국장이 불과 정책조정국ㆍ대기국ㆍ수질국 등 3국장밖에 없었다. 

환경업무를 종합행정ㆍ종합과학ㆍ종합정책이라 할 정도로 너무나 방대하고 광범해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 이 같은 인력과 조직으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인적구성도 문제였다. 대부분이 철도청ㆍ전매청 등 여러 부서에서 모여든 기술적 중심이어서 환경문제 처방도 기술적 문제에 더 많이 치중되어 있었다. 근본적 한계가 있는 듯했다. 다시 말해서, 넓게 크게 보는 정책적 시각이 부족한 것 같았다. 

직원들의 사기도 극도로 저하되어 있었다. 환경청 발족 후 6, 7년이나 지났는데도 거의 발족당시의 조직인력 그대로여서 인사가 정체되어 승진도 없었으며, 근무하는 청사마저도 3, 4회나 이전하여 다니는 유랑신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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