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1세기 언덕에서 (94회)
  제12장 내 인생의 오늘과 내일

파도 높은 국내외 정세
 
오늘날의 국내외 정세는 과연 어떠한가? 우선 국제정세부터 보자. 20세기 후반에 지구촌은 통합과 화해무드로 뜨겁게 끓어올랐었다. 양극시대의 두 거봉이었던 미ㆍ소가 탈냉전에 앞장을 섰다. 소련의 붕괴, 동서독 통합, 동유렵과 아시아 사회주의 정권의 퇴조와 자본주의 경제확산, 중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로 부각, 이 숨 가쁘고 엄청난 변화가 불과 지난 20년 동안에 일어났다. 

쿠바가 개방되면서 이제 이 지구상에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남아있는 공산주의국가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동서이념의 대결이 사라진 자리에 이슬람과 여타 진영 간의 문화충돌, 그에 따른 테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지구촌의 새로운 주된 갈등과 걱정이 되었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1강이라 할 미국은 한편으로는 미국경제의 침체로 인한 달러와 영향력 감소에 대응하면서, 서방 민주진영 모두를 위협하는 테러와 그로인한 난민 등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동시에, 아시아에서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여 아시아 시장에서의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해야 하는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올림픽 개최를 통하여 중국의 우월성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소위 말하는 ‘굴기(屈起)’, “떨쳐 일어나자.”를 전방위적인 국가 구호로 삼아 정치, 경제, 문화예술, 스포츠, 군사 모든 방면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미국과 대적하는 수준으로 확대하고자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보다 더 두렵고 새로운 라이벌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여 년 전 침체 또는 정체되었던 일본은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국우 성향의 새로운 리더를 선택한 일본 국민들은 한반도를 거쳐 대륙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100년 전의 일본,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대동아공영을 외쳤던 일본의 영화를 되찾자는 복고주의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아시아 국가들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유례없는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을 거쳐 어린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후, 소위 단두대 정치, 공포정치를 통해 내부 질서를 정리하는 동시에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군사적 도발로 세계속에서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남북 간의 모든 대화통로는 단절되었고, 강력한 조정자로 여겨졌던 중국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점점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미ㆍ일 등 전통 우방과 유대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아무리 소용돌이치는 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바탕과 뿌리는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국제관계도 기조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고, 이제는 세계질서가 변화하는 조류에 맞추어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세계는 과거 미ㆍ소양국 시대가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거기에 인도, 브라질, 아랍권 등등, 각자가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며 소위 국제관계가 매우 다원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다원화된 세계 속에서 우리가 각 나라와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언제나 미국 또는 일본과 같은 입장을 취할 수는 없다. 때로는 중국의 입장과 동일할 수도 있고 때로는 러시아의 입장과 같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목소리도 보다 분명하게 내는 노력을 기울일 때만 우리가 세계사에서 인정받는 선도국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신중과 기민성이 잘 조화되는 탄력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 2015년 어느날

원래 역사적으로 보면 북방지향적인 정책은 이미 고구려 때부터 취해져 왔다. 그때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진취적인 때였다. 멋 훗날에 대비한 지금 우리의 북방정책도 분명히 진취적이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통적인 우방국가인 일본, 미국 등과 우호의 바탕 위에서 주고받는 호혜원칙에 따라 현명하고 평화롭게 풀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멀리 보면 세계의 탈이념, 탈냉전 사조에 따라 남북도 통합이 될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이 날을 위해 슬기롭고 성의있게 걸림돌이 되는 독소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일에 동참해야 할 것이며 통일의 날을 1년이라도 앞당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를 보면 앞날이 캄캄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 간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은 폐쇄되었고, 남북 간 군사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연락수단이 끊어졌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거의 매달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긴장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2016년, 금년에 북한은 4차와 5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맞서 1년에 두 번이나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경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금년의 5차 핵실험은 핵폭탄 개발이 거의 완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전문가 분석이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핵을 가진 상대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의 현 정권이 붕괴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있다. 나는 결국 북한이 내부로부터 붕괴할 것이라는 점에는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다. 아무리 강력한 핵무기도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붕괴의 금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소련이 해체되고 동독이 무너진 것이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은 내부로부터 모순이 커져 붕괴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붕괴 이후 일어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조기에 회복하기 위한 준비, 기왕에 일어날 붕괴라면 군사적 충돌이나 혼란 없이 일어나도록 조절하는 일, 북한 체제의 붕괴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겨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과 압제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해방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일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년간 고갯마루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왔다. 1인당 소득 2만 불을 달성한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2만불 중반에서 더 이상 치고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1997년 김영삼 정부 말기에 소위 말하는 ‘IMF경제위기’를 거치며 대폭적인 마아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고, 회복되어 다시 기력을 찾을 때 쯤 다시 미국발 국제금융 위기를 겪으며 장기불황을 맞기도 했다. 고비마다 1단기 어를 넣고 힘차게 액셀을 밟을 동력이 우리 경제에 부족했던 것이 결국은 그 고갯마루에서 뒤로 미끄러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고도성장 시절 우리경제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몇몇 대기업이 선도를 하면 거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연관기업이 하나의 경제단위를 형성해가면서 국부가 축적되고 경제규모가 확장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몇몇 대기업 그룹만의 힘으로 국가경제를 3만불, 4만불까지 성장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수출로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경제를 만들 수도 없다.   

선진경제에 걸 맞는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고, 거기에는 적정규모의 대기업, 적정규모의 중소기업, 자영 서비스업 등 규모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몇몇 핵심산업만 아니라 문화예술, 취미, 평생교육 등 수많은 서비스산업, 1인 기업 등 산업의 다양화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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