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96회)
  제12장 내 인생의 오늘과 내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주어진 중요하고 새로운 과제는 급속히 진행되는 다문화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구는 200만 명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으로, 전체 가구의 약 1.6퍼센트에 달하고 있고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2년에는 약 12퍼센트까지 달했던 국제결혼이 다소 감소하여 지금은 8%수준이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혈통의 순수성이 강한 나라다. 단일민족, 단일국가는 오늘날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찾기가 어렵다. 일본도 여러 민족이고, 유럽의 모든 국가는 혈통이 모두 섞여 있어서 이제는 민족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지경이 되었다. 

중국이나 미국은 무수히 많은 민족이 있는 대표적인 다민족국가이고,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랍,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어디서도 일민족 일국가를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는 백의민족 단군의 자손”이라는 노래 가사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혈통의 순수성을 긍지로 삼아왔다. ‘일민족’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정통성이라고 봐도 다름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십수년에 걸쳐 급속한 다문화화가 진행되면서 수천년을 지녀온 우리 민족의 정통성이 흔들리고 있다. 결혼하는 열두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는 지금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다민족국가가 되는데 긴 세월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미 경기도 안산시, 서울시 영등포구, 구로구 등 일부 지방자치 단체의 경우에는 전체의 10퍼센트가 넘는 인구가 다문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다문화 마을이 매우 높은 국가인 독일의 8퍼센트보다도 높은 다문화 비율이다. 

문제는 이런 다문화 현상을 우리는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일 년에 국제결혼 비율은 1퍼센트 비율도 되지 않았다. 그저 0.3퍼센트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갑작스럽게 12퍼센트까지 올라가기도 했고, 안전된 것이 지금 8퍼센트다. 

이렇게 다문화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데는 저출산도 큰 원인이 되었고, 앞으로도 저출산이 될 것이다. 어차피 모자라는 노동인력을 이주 노동자로 채울 수밖에 없고, 농촌총각 등 부족한 배우자를 결혼 이민자로 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다문화 현상은 어떤 정책으로도 막기 어려운 대세이다. 더 이상 민족국가를 내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군대에도 흑인, 아랍인, 동남아인 계통의 병사가 입대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정치인 중에도 다문화 출신의 정치인이 등장했다. 경제, 문화예술, 모든 부문에서 다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국가의 정통성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다민족이 모자이크처럼 자신들의 일정한 영역을 구축한 채 공존하는 미국식 다문화국가로 유도할 것인지, 아니면 독일처럼 민족은 다르더라도 독일이라는 국가 속에서 단일문화에 융화되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고 관리해서 문화의 단일성만큼은 유지할 것인지, 독일은 다문화컬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그에 따른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단일민족에서 다문화로 급속하게 전이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갈등을 조절하는 새로운 국민교육과 새로운 제도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다문화인과 내국인간의 문화충돌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고, 점점 확산되는 과정에 있다. 국민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어 전파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정통성을 정립해야 한다. 

이 세기의 소용돌이치는 국내외의 변화 속에서, 우리 국가와 민족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며, 나아가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세 가지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 2010년대 어느날

너무나 명백한 해답이 도출된다. 전 국민이 슬기와 지혜를 모아 19세기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면서, 우리나라의 나아갈 길을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예측불허의 시대를 대비해야

최근같이 미래 예측이 어려운 때는 없다. 지금의 5년 내지 10년은 과거 1천년에 해당할 만큼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질과 양이 광대하다. 그러기에 광속을 넘어 초광속의 변화라고 하지 않던가! 예측불허의 시대, 초광속의 변화 속에서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그 변화에 근근히 따라가면 현상유지 정도에 그칠 것이며, 그것도 못 따라가면 존립이 위태롭다. 

나는 이 역사적인 중요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휴식을 즐길 것인가?

나는 결코 나의 인생의 마무리를 안일과 행복만 추구할 수는 없다. 미력하나마 나의 수신과 과거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견마지성(犬馬之誠)을 다하고 싶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내 천성(天性)인 것 같기도 하다. 

3번의 변주곡

고향에서 현실에 무릎꿇고 농사꾼의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대망을 품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남 놀 때 덜 놀고 남 잘 때 덜 자는, 각고의 노력이 이 시대의 주인공을 만든다. 

하나의 국가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에는 반드시 기존의 틀을 깨고 반향을 전환하기 위한 ‘변곡점’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사를 한 그루의 나무로 비유하자면 주요한 3번의 변곡점에서는 항상 나의 헌신과 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1변곡점에서는 청와대부실기업정리 총괄반장으로서의 가지치기를 감행했고, 제2의 변곡점에서는 환경청장으로서 기름지게 퇴비를 주어 무성하게 키워냈으며, 제3변곡점에서는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아름답게 디자인 하고 조경하여 우람한 관상수로 키워냈다. 

나의 변곡점은 우연이지만 15년을 주기로 오는 역사의 순환법칙처럼 보인다. 

아, 아직도 창밖에는 지척지척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밤은 이슥하여 이미 새벽이 가까워 온다. 희망을 알리는 교회당의 새벽 종소리도 이제 머지않아 들릴 것이다. 

80평생을 확대경 없이 한 인간으로 살아온 일과 생각한 것을 굴절 없이, 진솔하게 기록하였다. 이 글 속에는 지우고 싶은 내 인생사의 한 비탈도 있지만, 나는 스스럼없이 이 치부까지 드러냈다. 과거를 미화하거나, 도장(塗裝)하는 것은 자기 인생을 사기(詐欺)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붉으락푸르륵한 내 80평생을 그런대로 반성하고, 겸허한 자세로 천명을 깨닫고 내 인생 4.4분기를 계획하며 이 글을 끝맺는다. 

이것이 세상에서 어떻게 영향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이상 상관할 바가 아니다. 겸허하고 두려운 심정으로 나에 대한 판단과 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일은 창밖의 비가 들고, 우리네 가을날씨를 보았으면 좋겠다. 

 
  인구절벽의 문제 해결책 내놔야 (95회)
  추천사_창의적인 공직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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