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_창의적인 공직자 (1)
  [에필로그]

장덕진 
전 농수산부장관, 국회의원, 대한축구협회장

박판제 이사장과 만난 것은 1960년대였다. 어언 50년의 오랜 봉우리이자 동반자인 박 이사장이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는 책을 펴내게 된 일에 추천사를 쓰게 된 것은 진정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50년의 기나긴 세월을 함께 하면서 느낀 생각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박 이사장 하면 성실함, 끊임없는 노력, 강한 집념과 인내심, 원칙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틀림없이 공감하리라 본다. 

잘 알려지지 않은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어떻게든 공부해보겠다는 열정 하나 가슴에 품고 15세 어린 나이에 홀로 서울에 와서 그 많은 고난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다. 고학으로 야간 중고등학교와 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와 공인회계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후에 공무원으로 출발한다. 

환경청장까지 역임한 것은 박 이사장이 지닌 성실한 자세, 남다른 꾸준함, 불굴의 집념, 인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박 이사장은 대단힌 훌륭한 창의적 공직자의 면모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내가 재무부 이재국장 시절 이재과에 근무하던 박판제 당시 사무관은 외자도입 업체의 방만한 경영상태를 직접 정리하여 나한테 갖고 와서 설명하였다. 들어보니 그때까지 누구도 관심과 주목을 않던 외자도입업체들과의 부실화 문제가 확실히 인식되었고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나는 박 사무관과 함께 그 당시 황종률 재무부장관께 보고 드리고 그 뒤 박정희 대통령께도 보고 드린 후 청와대에서 우리나라 경제 사상 처음으로 부실기업 정리와 산업구조조정작업을 2년 반에 걸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일로만 보아도 박 이사장은 사무관 시절부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을 줄 알았다. 

환경청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무엇이 창의적인 공직자인가를 더욱 확실히 보여준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환경청장은 그 많은 청장 중에서 뒤에서 몇 번째로 인식되던 시절의 청장을 맡았다. 국민들도 환경정책하면 쓰레기 처리, 하수도 정화, 상수도 물의 질 향상 정도만 하면 된다는 시절이었다. 박 이사장은 청장을 지내면서 환경문제를 국가의 핵심적인 정책으로 올려놓았다. 
 
그때까지 환경문제는 공업화정책에 밀려 입도 떼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박 이사장은 국무회의에 보고하여 환경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요한 과제로 부각시키고 적극 홍보하여 국민적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에 6개 지방환경청 신설 등 환경조직체계를 확립하고 무연휘발류와 저공해자동차 시대를 만난을 무릅쓰고 열어 자동차 수출의 길을 여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 장덕진 전 농수산부장관

특히 650만평의 김포 쓰레기 매립장 건설은 박 이사장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것으로 그의 저돌적 추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공적비라도 세워줄만한 업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박 이사장의 창의적 공직자상을 극명히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총장 시절의 업적이다. 

디자인 하면 옷 만들 때 하는 디자인, 물건 포장할 때 하는 디자인 정도의 인식이 보편적이었던 때였다. 박 이사장은 ‘디자인의 범위는 바늘에서 우주선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광범위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디자인은 국가경쟁력의 최후의 승부터”, “디자인 강국이 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구호를 앞세우고 재계, 언론계, 대학 등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의 의사결정을 가진 분들을 학생으로 모집 6개월 과정의 교육과정을 열어 500여명을 수료시켰다. 

박 이사장은 여기서도 디자인 혁신이야말로 기업은 물론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의 핵심과제라는 것을 국민과 기업인에게 확실히 인식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 또한 창의적인 공직자의 참 모습을 잘 보여준다.   

박 이사장은 인간관계에서 호 불호가 분명하고 좋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다. 50년을 함께 지내오면서 “이 사람은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의도적으로 멀리 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있더라도 끝까지 원칙을 지키고 그 대신 정말 믿을만하다고 보면 그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무단히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박 이사장이 만나는 분은 몇 십 년씩 교분을 이어온 분이 많다. 

박 이사장은 지독하게 자기 관리를 잘한다. 가까운 지인이 청탁을 해도 그 일이 사리에 맞지 않으면 단호하게 거절한다. 청와대에서 부실기업 정리작업을 할 때도 대상기업의 유혹이 있었지만 끝까지 부정과 타협하지 않아서 주변에서는 박 이사장은 ‘냉혈인간’이라고 쑤군거릴 정도였다. 

공직에서 물러나서도 각종 송별회 모임 등을 사양하고 “나는 연수원에 입교했다”면서 새벽같이 등산을 하고 아침 식사 후 정장을 하고 이층 서재로 출근하여 종일 독서를 한후 저녁에 퇴근하여  정장을 벗고 식사를 하는 일을 오래도록 한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참으로 철저한 분이다. 

한번 맺은 인연을 항상 소중하게 여기고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가시는 박 이사장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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