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 촉진
이 부동산 문제는 과거나 그 당시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국토는 대단히 좁은데다 그 대부분이 산악이고, 우리가 경작하거나 경제적으로 이용가능한 면적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 가격이 일방적으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면, 공급은 이렇게 제한되어 있는데 수요는 날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경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이에 따라 국민소득도 급격히 늘고 있고 인구도 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다가 고소득계층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고, 설상가상으로 일부 기업인의 거대한 자금이 투기목적으로 여기에 가세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고, 앞으로도 이것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정상적으로 대학 졸업을 하고, 좋은 직장을 구해 10여년 간 열심히 저축하면 조그만 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제기반의 확충과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추가 소요공장 부지를 적절한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기타 다양한 수요에 토지가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토지 가격이 엄청나게 폭동해 이와 같은 자연적인 수요에 응할 수 없는 사태가 온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가는 경영되어야 하고 국민은 정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부 수립 후 단행했던 제2의 ‘토지개혁’ 내지는 ‘토지혁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경제운용에 있어서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왜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미연에 방지하자는데 그렇게 비협조적이고, 심지어 저항까지 하는가. 왜 도둑맞고 후회하며 울타리 치는 것은 하면서 도둑맞기 전에 울타리 치는 것을 하지 못할까.
고소득층은 이 나라에서 선택받은 국민임을 인식하고, 최소한 부동산 투기는 자제해야 한다. 기업인은 생산에 전념해야 하고, 기업자금은 기술개발과 생산에 투자되어야 한다. 우리 생활권의 핵심인 토지는 일반 국민의 정상적인 생활에 맡겨두어야만 우리 경제도 정상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나는 과거 부실기업 정리와 기업공개 촉진 등 여러 경제시책에 관여하면서 이 부동산 문제와여러 차례 씨름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세워도 세월이 흐르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이 문제만은 항상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한없이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 싸움은 오늘 이 시점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우리 모두 조용히 반성해야할 심각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그 당시 발표된 대책을 소개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여신을 받은 기업과 기업인 소유 부동산을 조속히 파악하여 실질적으로 처분토록 함으로써 기업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기업과 기업인 소유부동산을 파악함에 있어서 시일이 장기간 소요될 경우 기업활동에 지장이 있을 우려가 있으므로 관계부처는 단기간의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고, 기업인 스스로 정부시책에 호응하여 자진신고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자진신고 기간 내에 신고 된 부동산에 대하여는 취득경위 등을 일체 묻지 말고 기득권을 인정하되, 이를 업무용과 비업무용으로 구분,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하여는 가급적 자진 매각을 권장할 것이나 필요할 경우 토지개발공사 등 관계기관이 실세 감정가에 따라 매입하여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 대전(代錢)은, 법인명의 부동산의 경우 은행 대출금 상환에 충당하고, 개인명의의 경우 증자로 기업자금화 하는 등 기업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토록 유도한다.
신고된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서는 양도세액의 장기분할 상환 등 금융세제상 지원책을 적극 강구해줄 것이나, 동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하여는 국세청, 금융단등 관련기관과 시, 군, 면 등 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하여 전국토를 정밀조사하고, 조사결과 파악된 기업이나 기업인 소유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하여는 자금출처 조사, 금융상 세제조치 등 미신고에 따른 강력한 제재조치를 강구한다.
앞으로 금융기관 거액여신업체의 비업무용 부동산 소유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금융기관은 대출 시 임야나 나대지 등 비업부용 부동산 담보를 억제하고, 신용대출을 정착시켜 나가도록 한다.
셋째, 외부감사제도 도입
당시 우리나라 기업은 부실기업 정리와 8.3사채동결조치와 기업공개 촉진 등 일련이 정부시책에 따라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은 공개되고 거대화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거대기업은 다수의 소액주주를 비롯해 채권자, 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전 국민이 이를 기업의 이해관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경영상황과 그에 따른 흥망성쇠는 곧 이들 관계자의 지대한 관심거리였고, 생활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한편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기업이 정상적으로 경영되고 있는가를 공개할 상법상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불완전했다. 상법상 내부감사제로서의 감사는 대주주인 기업주의 이해에 우선하는 경향이었고, 세무감사는 세무 목적에만 치중하고 있었으며, 은행은 담보관계에만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전문 감사인의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업회계 원칙에 따라 감사를 받는 사회제도로서의 외부감사제도의 채택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이 상법상 외부감사제도는 이미 60년대부터 꾸준히 시행되었으나, 관련업계의 이해관계와 시기상조론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었다.
대기업에 대한 공정 객관성 있는 감사제도의 채택은 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로서 우리 경제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었다.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많은 저항과 애로가 있었다. 특히 내가 공인회계사라는 이유로 약간의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을 뿐이지, 이와 견련한 업무에 종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음은 그 당시 이와 관련된 발표내용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자금의 대부분은 타인 자본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을 튼튼히 발전시키려면 기업의 경비를 최대한 절감하여 이윤을 증대하고, 사내유보를 촉진시켜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케 하려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켜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 기업경영이 되도록 하고, 주주와 채권자 보호를 위하려 기업 외부의 전문 감사인에 의한 공정, 객관성 있는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본금이나 총자산 기준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에 대하여 공인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도록 하되, 감사인의 자격제한이나 벌칙강화 등을 포함하는 외부 감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동시에 강구한다.
외부감사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위하여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상법상 특례법을 연내에 제정하여 1981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끝으로 본 대책의 시행을 계기로 정부는 앞으로 산업구조의 합리화를 통한 성장기반을 공고히 하는 방향에서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중규모 기업을 확충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시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