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젖줄기 팔당 상수원 보호
이 문제는 티타늄(titanium) 공장건설 문제와 김포 대단위 쓰레기 매립장 건설문제와 더불어 내가 환경청 재임 중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일 중의 하나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팔당호는 수도권의 1200만 시민에게 1일 250만톤 이상의 물을 공급하는 식수원인 동시에 수도인 서울과 최근거리에 소개하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수도권 주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 상수원이기에 이를 최대한 청정하게 보전해야 함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수질이 말이 아니었다. 환경청 조사에 의하면 팔당 호수 내 평균 COD는 2.0mg/리터로 상수원수 2급의 수질이지만, 85년 이래 조류(algae)가 왕성하게 성장함으로써 수화현상이 일어나 호수 내 클로로필 농도가 50mg/㎡ 이상이었으며 12mg/㎡ 이상이면 부영양화, 특히 팔당호 유입하천 중 경안천은 유역에 축산폐기물리 많아 경안천 수질은 COD 6.3mg/리터까지 오염되어 팔당호 오염의 주범이 되어 있었다.
이 심각한 자료분석을 예의주시하며 환경청은 1987년 12월 2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면 양수리에다 약 24억 원 투자규모의 국립환경연구원 부설 <팔당임호연구소> 설립, 기공식을 가졌다.
팔당호 근처에 연구원이 상주, 수질을 상시 감시하고 호수 내의 수질오염과 생태계의 정밀조사를 통해 수질의 정확한 장래 예측, 과학적인 오염, 영향권역별 관리기술 및 현지적용이 가능한 부영양화 방지 기술 등을 개발 보급하도록 했다. 팔당지역을 팔당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직접영향권과 간접영향권으로 나누어 차등 관리하며 1급상수원으로 회복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서 직접영향권내에서는 이미 결정 고시한 용도지역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업 축산, 대형관광오락시설 등 신규입지를 일체 금지하며, 기존 시설은 방지시설완비와 오폐수 규제를 강화했다. 간접영향권 기타지역은 지역 여건에 따라 선별규제하기로 했다. 즉 공공하수도, 하수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등 기초위생 처리시설을 확충케 하고, 지방상수원도 본 원칙에 준해 지역특성을 고려 조성시행토록 했다.
이 시책에 대해서도 각 부처 의견차이로 결국 국무회의에 상정하여 심의토록 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강한 로비와 반발이 일어나 심의가 지연되는 등 대단히 어려운 과제가 되어갔다.
이 지역은 중앙정부의 상수원 보호정책과 지역주민의 지역개발 여망, 이들 지역민들의 열망을 도외시할 수 없는 지방행정 기관과 국회의원의 입장, 그 주변의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해보려는 기업인들의 사업의욕 등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어 묘안을 짜내기에 피곤한 줄다리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골프장, 스키장, 종합레저타운의 건설 등 그 개발욕망은 한이 없었다. 만약 그중 한건이라도 허용해주면 다른 건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상수원의 기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참으로 춘추필법(春秋筆法)의 화술로도 먹혀들어가지 않을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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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당호 임호연구소 기공식 / 왼쪽에서 5번째가 필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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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늄 공장 건설 어거지 압력
티타늄은 항공산업이나 표백제 등에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 수요가 연간 3,000만불 정도가 되었다. 환경과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티타늄 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된 공해산업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때 미국의 2개 티타늄 제조회사가 한국에 이 티타늄 합자회사를 50:50의 자본비율로 설치하겠다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기존 티타늄 회사만 해도 공해문제가 두통거리인데 신규로 또 그런 회사를 늘린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문제였다. 일단 환경관련 학자와 전문가가 수개월에 걸쳐 검토하는 한편, 환경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연구기관, 환경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하여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실태를 직접 조사하게 되었다. 그 조사결과 얻어진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산업으로 중금속이 포함된 악성 폐기물 티타늄 1톤 생산에 1.1톤이나 배출된다.
둘째, 뉴욕에서는 그 폐기물을 수심 2,000m이상 되는 공해(公海)에다 폐기하지만 세계 해양학자들의 거센 문제제기로 이 또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공해에다 폐기하자면 부득이 동해바다에 폐기장을 설치해야 하나, 동해는 한일간 중요어장이므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셋째, 석회석 광산의 지하에다 깊이 매장하는 방법인데, 석회층에 이 폐기물을 주사하면 석회석이 녹아내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이런 지대가 없다.
넷째, 미국에서는 20~30만 평의 광활한 지역에다 폐기물 저류조를 건설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이런 시설은 아예 생각조차 할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결론으로 티타늄 공장의 신규건설 허가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낌새를 챈 당사자들은 한술 더 떠서 전체 폐기물을 건축자재로 재생 처리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여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그 방법은 세계적으로 공인이 되고 있는 방법이 아니고 건축자재의 현실적 실용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관련 전문가와 기관이 수차(數次) 회의를 열었으나 결국 공해처리 문제로 그들의 요청을 허용한다는데 난색을 표명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당사자들은 터무니없는 역설을 들고 나왔고 우리도 강하게 응수했다.
“한국정부는 한국에 기존한 자국 티타늄 공장을 과잉 보호하려고 외국 기업을 안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분명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지 않느냐?”
“한국에 기존하는 티타늄 회사는 환경보전법의 제정 시행이전부터 이미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과잉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으며, 설령 문제가 있어도 허가 취소는 못한다. 그리고 이 공장들은 재래식 공장이기 때문에 폐기물보다 악성폐수가 많아 그 처리에 다소의 문제는 있으나 폐수처리장을 설치하여 정상가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한ㆍ미 선린우호관계와 경제외교와도 맞물려 돌기 때문에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였지만, 경솔하게 허용할 수는 없는 문제여서 시간을 두고 더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