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제1장 가족이라는 울타리

저 멀리 옥산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22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옥산저수지는 나를 태어나게 한 곳이다. 옥산저수지 동쪽에 자리 잡은 비홍산 아래 비홍부락이 나의 고향이다. 고향 땅에 일군 텃밭을 일구느라 주말이면 서울에서 내려오곤 했지만, 그곳에 소나무를 심고 난 몇 년 전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 고향 땅을 돌보고 있다.

18살 까까머리로 떠난 고향 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길이 포장되고 새로 지붕을 얹은 집이나 새로 지은 집고 몇 채 보이지만, 어릴 때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가 태어난 집도 그대로 있고, 장에 내다팔 나무를 하기위해 형님과 오르던 비홍산 자락도 여전하다.

산천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가고 없다.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땅에 순명하신 아버지와 기도와 믿음으로 나를 지켜주신 어머니도 오래전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내게 늘 다정했던 누님들과 특별한 의지처이자 내 인생의 거목이던 형님도 세월을 잃고 돌아가신지 한참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시간이 있는 한 여전히 그들은 나의 곁에서 살아난다. 고향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되살아오는 공간이다. 나의 부끄러움과 나의 반성이며, 나의 자랑이자 나의 희망이다.
 
몇 해 전 나는 이곳의 얼마 되지 않은 땅에 소나무를 심었다. 어린 소나무들은 어느덧 밑동을 키우고 키를 올려 한참을 올려다 볼 만큼 자랐다, 내가 해준 일이라고는 고작 거름을 뿌리고, 잡풀을 뽑고, 주변의 가시덤불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 부여군 옥산면 홍연리에 있는 고향 집
 
▲ 몇 해전부터 고향 땅에 소나무를 심어 돌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소나무들을 돌보듯이 살아온 것 같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땅을 만들고, 거친 풀을 뽑으며, 필요에 따라 거름을 부어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처의 아픔을 겪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모두 나의 부족함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를 내리고 빛을 주신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 땅의 나무들은 자랄 수 있었고, 숲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고향 마을 뒷산은 비홍산(飛鴻山)이다. 날아가는 기러기를 닮았다 하여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기러기는 먼저 날아가는 새를 꼭짓점으로 해서 브이(V)자 형태로 날아간다고 한다. 그래야 먼 길을 떠나는데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세월도 나를 이끌어주신 선배와 동기, 후배들이 있었기에 제대로 지나올 수 있었다. 힘이 덜 들 수 있었다.

오늘도 비홍산은 날개를 편 채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하늘 밝은 곳에 가닿을 때까지 그 날개 또한 접지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1년 6개월 여 전에 낸 이 회고록이 2021년 히스토리스의 지면에 연재되게 되어 보다 많은 분들과 나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다시 한번 지난날을 돌아보며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약력과 발간사
  땅을 향해 사신 아버지, 하늘을 향해 사신 어머니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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