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시술의 악몽 (20화)
  제3장 나의 열정 나의 소망

나이가 들면 얼굴에는 으레 반갑지 않은 잡티라는 손님이 찾아온다. 검버섯, 기미, 죽은 깨, 점, 색소침착 등…. 그러나 피부과에 가면 잡티를 세밀히 보고 진단하여 종류에 따라 레이저 기계도 달리 사용한다. 

거울을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나의 얼굴에는 잡티가 많다. 먼저 시술한 동료 의사의 권유로, 25년 동안 한 건물에서 개원한 원장님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들뜬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피부과 원장님은 경륜이 많으신 선배로 한국에서 처음 레이저 시술을 시작하였다. 

잡티가 얼마나 있나 확인을 위해 얼굴 사진을 찍고 확대하여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다른 선생님의 피부는 단순 표피층의 색소침착이라 레이저로 2회 시술하면 없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 피부의 확대 사진은 그야말로 숯가루를 뿌려놓은 듯 진피층까지 깊숙이 색소 침착이 되어있었다. 

피부과 원장님은 바로 시술을 하자고 “날짜를 예약하고 천천히 하려면 마음이 변해요. 바로 합시다.” 하니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시술 준비를 하였다. 앞으로 있을 스케줄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바로 시술로 들어갔다. 
 

피부 잡티 레이저시술 후 폭격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된 얼굴
환자 진료와 회의 참석 걱정 
레이저 시술은 계획을 세워 야외활동이 적고 자외선이 약한 겨울에


소량의 연고로 피부마취를 한 다음 레이저 시술이 진행되었다. 점심시간을 틈타 피부과를 방문한 나는 환자가 기다릴까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가 없어 심기가 불편했지만 ‘그래, 마음 내킨 김에 하자.’고 생각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레이저 빛이 순간적으로 양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얼굴에 다림질을 하는 듯했다. 궁금하였지만 참고 ‘화상은 조금 입었겠지?’ 하고 상상해 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거울을 보는 순간, 나의 얼굴은 폭격을 맞아 초토화된 전투장으로 변해 있었다.

이 얼굴로 ‘환자는 어떻게 진료하고 회의 참석은 어떻게 하나?’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레이저 상처는 어쩔 수 없었다. 걱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원장님은 좌측 얼굴의 반점은 기미가 아니고 오타반점이라 한 번에 없어지는 색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3회는 시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을 한다. 며칠만 있으면 좋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먼저 시술한 환자의 사진과 수개월 뒤 치유된 사진을 비교하여 보여주면서 기미와 색소침착이 표피층에만 있을 땐 쉽게 제거될 수 있지만, 진피층에도 색소가 깊게 침착되어 있으면 레이저를 깊게 여러 번 쏘아야 색소를 없앨 수 있다고 했다.

피부는 표면부터 표피층, 진피층, 피하지방층, 근육층, 골격으로 되어있다. 진피층을 이루고 있는 구성 성분은 콜라겐이라는 단백질로,
 
▲ 2008년 은평의 마을 송년행사에서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콜라겐 크림과 팩은 상품화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 기계는 피부 질환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며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피부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울쎄라 시술은 레이저 빔이 근육층까지 들어가 작용하며 주름 개선과 리프팅에 효과가 있다.

IPL은 넓은 파장대의 복합적인 빛으로 전반적인 피부 상태의 개선에 효과 있다. 프락셀 레이저와 프락셀 제나의 시술은 흉터를 제거하거나 여드름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표피의 비정상적인 색소세포를 제거하고 진피층까지 침투하여 피부재생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프락셀 레이저로 시술받았는데 통상 선전하는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상처도 별로 없고 간단하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피부 시술을 마치고 엉망이 된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환자들은 “감기 드셨어요?” 젊은 여성들은 “아! 점 빼셨군요.” 하고 얼른 알아본다. “나도 좀 예뻐지려고 레이저 시술했어요.” 하고 쑥스럽게 대답했으나 들어오는 환자마다 질문하니 일일이 변명하기도 곤란하다.

일주일 동안 세수도 못하고 연고만 바르고 마스크를 하고 출근하였다. 하필이면 이때 회의와 행사는 왜 그렇게 많이 잡혀있는지. 진료와 회의는 몰라도 이화의대 졸업식에 축사해 달라는 요청은 수락할 수가 없었다.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부회장에게 부탁하였다. 

이때 〈내과 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기자는 표지모델로 사진을 찍고 인터뷰도 하자고 했다. 완강히 거절하였으나 “괜찮습니다. 저희가 사진에 조금만 손보면 됩니다.” 하여 난 그들의 사진 기술을 믿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가 없어 파운데이션으로 시술한 부위를 살짝 덮고 사진을 찍었다.

얼마 후 책자가 나왔다. 난 순간적으로 비명이 나왔다. 양 볼에 군데군데 희끗희끗 덧칠한 자국과 레이저를 쏘인 부위의 상처가 뚜렷이 보였다. ‘나 레이저 시술했소.’ 하는 사진이었다. 일정에도 없는 시술을 갑자기 받아 이런 낭패를 본 것이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그때의 악
몽이 되살아나곤 한다. 

2주가 지난 후, 두 번째 시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예상하고 맞이하는 ‘폭격’이라 깨끗한 피부를 상상하며 기꺼이 응했다. 결국, 세 번째 시술은 포기하였지만 그 후 수년 동안 나의 피부는 아무 탈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 슬그머니 색소라는 악동이 양 볼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때 마지막까지 시술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

레이저 시술은 반드시 계획을 세워 야외 활동이 적고 자외선이 약한 겨울에 하라고 권하고 싶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레이저를 이용하여 더욱 깨끗한 피부를 원하고 있다. 나도 시술 받을 당시엔 힘들었지만 잘했노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이 갈수록 모든 분야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한다. 레이저 기술을 넘어 인간의 얼굴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시대가 닥칠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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