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피부의 적인가 (28화)
  제4장 진료실의 애환

여의사총회를 하는 날 비타민D 측정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여의사들은 혈중 비타민D 수치가 궁금하여 혈액을 뽑았다. 야외에서 운동하고 점심시간에 늘 30분 정도 걸으니 ‘나는 정상이 겠지’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수치가 9.2ng/ml로 결핍상태였다. 검사를 받은 여의사들 대부분이 결핍 상태로 나와 충격을 주었다.

요즘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려 복면 같은 가리개를 한 여성들이 눈에 띈다. 선글라스와 모자, 양산까지 쓰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은 여성의 외출 전 필수 과정이 되었다. 

목동 지하철역에서 일본 나리타공항까지 비 한 방울 안 맞고 햇빛을 피해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더워서 야외활동을 줄이는 현대인들에게 찾아온 손님은 바로 ‘비타민D 부족’이다. 

나의 진료실을 방문한 여성들에게 비타민D 측정을 해보니 거의 모든 환자가 결핍 상태이다. 비타민D 부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

안과의사와 내과의사를 거쳐 정신과의사가 된 알프레드 아들러는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구루병 환자였다. 신체적인 열등감에다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고, 사랑을 뺏긴 형에 대한 박탈감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진료실 방문 여성들 비타민D 측정을 해보니 거의 모든 환자가 결핍
비타민D를 합성하기 위해 얼굴, 손, 발등에 
일주일에 2~3회 정도 15분간 햇볕을 쬐어야... 


그는 정신과 의사인 프로이드와 개념이 다른 인간의 열등감에 바탕을 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누구나 ‘보상작용’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정립한 구루병(rickets) 환자이며 심리학자이다.

비타민D가 결핍되면 어린이는 골격의 석회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골격이 약화되고 압력을 이기지 못해 척추가 휘어 구루병이 생긴다. 성인은 주로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및 골절이 쉽게 올 수 있고 근육량의 감소와 근육병증이 온다. 

또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생길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생기며, 비만, 당뇨병, 심장병도 올 수 있다. 비타민D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증상은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햇빛을 피하면 팔다리가 쑤시고 근력이 떨어져 하지에 경련이 올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멍이 들기도 하고 장애물에 반복해서 부딪치거나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
 
김화 여의사회.jpg

 
▲ 여의사회 총회에서
 
비타민D는 D2와 D3로 분류된다. 비타민D2는 주로 달걀노른자, 생선, 버섯 등의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지고 D3는 햇볕 자외선을 피부에 쪼이면 생성이 된다. 비타민D를 합성하기 위해 얼굴, 손, 발등에 일주일에 2~3회 정도 15분간 햇볕을 쬐면 된다. 장시간 동안 과도한 햇볕노출은 피부의 탄력섬유를 파괴하여 피부 노화와 주름이 생기며 어린이나 젊은 성인은 피부암이 생길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에는 UVB에 대한 차단을 나타내는 자외선 차단지수(Sun Protection Factor: SPF)가 있고, UVA 즉 자외선 A를 차단하는 지수(Protection Grade of UVA; PA)가 있다. 자외선 차단제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SPF 30/PA+++라고 쓰여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이 표시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UVB, UVA 모두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15분가량 햇볕을 쬔 후 자외선 차단지수 15 이상 발라 주면 피부도 상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비타민D 생성을 할 수 있다. 한국인이 햇볕을 쬔 후 홍반을 일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0분, SPF 20인 제품을 사용하면(SPF 20x20분=400분) 대략 6시간 40분 효과가 지속된다.

비타민D가 부족하게 되는 이유는 겨울에 주로 실내생활을 하고 여름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 종일 진료실에서 햇빛을 받을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야외 운동 때는 자외선 차단제와 운동복으로 피부를 가리기 때문에 비타민D가 부족 할 수밖에 없다. 

피부색이 짙은 인종은 자외선의 침투가 백인보다 적어 같은 양의 햇볕을 쬘 경우 흡수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요양원이나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사는 사람은 일조량이 적어 부족하게 되고 장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수술 한 사람은 비타민D 흡수 장애가 있다.

비타민D가 많은 식품에는 등 푸른 생선, 동물의 간, 달걀노른자, 버섯, 연어, 우유, 콩 음료, 마가린 등이 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지방이나 기름과 함께 섭취되어야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나라에 따라 비타민D를 우유, 마가린, 곡류, 빵 등에 첨가하기도 한다.

비타민D는 장기간 보존하거나 또는 조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피부의 적으로만 생각했던 햇볕에 감사하며 따스하게 볕이 내리쬐는 요즘, 모든 일정을 제치고 비타민 D를 사냥하러 밖으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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