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동란의 폐허 속에서 태어난 국립중앙의료원은 우리 병원 잔디 마당에 묵묵히 60년간 자리를 지켜온 대리석에 새겨진 ‘합동 건설 기념비’가 그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 대한민국과 국제연합 한국재건위원단(UNKRA) 및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공동사업으로 건설되다. 낙성식 일자, 단기 4291년 10월 2일, 병상 수 465, 대한민국 대통령 리승만 박사, 보건사회부 장관 손창환 박사, 국제연합 한국 재건단 단장 대리 해롤드 이스트 우드 장군, 덴마크 왕국 내무장관 스웨렌 오레센, 노르웨이 왕국 사회장관 그드몬드 할렘, 스웨덴 왕국 무임소 장관 스벤 아브 에이젤스탐 -
이 기념비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정신은 국제적인 도움으로 세워진 국가의 공공의료기관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 당시 상황으로 보면 참담한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 의료현실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 스칸디나비아 3국은 최신 기술과 장비, 의료진까지 동원하여 대한민국을 도왔다.
폐허가 된 이 땅에 단비를 내리듯 그들의 도움은 대한민국의 의료에 큰 버팀목이 되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스칸디나비아 3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라는 그 이름으로 한계가 있었다
고귀한 뜻을 계승하지 못한 현주소에 대해 부끄러움
미래를 향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초창기는 의료원 출신의 많은 의사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로 유학을 하러 갔다. 의사, 간호사 등 많은 의료진이 연수를 갔다 오면서 새로운 시술을 습득하여 한국의료의 최고점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성기를 더 키우고 발전시키지 못하고 정부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 정착하면서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의료진들은 교육기관이 아닌 공무원 신분으로 발령을 받고 사무직은 보건복지부에서 발령이 내려졌다. 의료진들의 소망은 연구하고 진료하는 교수직을 바란다. 고도의 의술을 습득하고 잘 연마된 스태프들은 신설 대학병원으로 이직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라는 그 이름으로 한계가 있었다. 진작 정부에서 좀 더 일찍 공공의료라는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면 오늘날의 국립중앙의료원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은 고사하고 그 명성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찬란한 꽃을 피웠던 배움의 터전에서 자란 1700여 명의 동문은 날로 쇠퇴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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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여년 간 자리를 지켜온 국립의료원의 건설합동기념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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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이 지난 오늘날 그 고귀한 뜻을 계승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현주소에 대해 부끄러움마저 느낀다. 전쟁 후 대한민국의 발전과 비례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친 국립의료원의 책임은 정부가 책무이행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발맞추어 국립중앙의료원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공의료의 면모를 제대로 키워나갔다면 또 하나의 기적을 낳은 유서 깊은 병원으로 명성을 떨쳤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병원을 지켜왔던 원장과 총동문회장은 병원의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없이 만들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버려졌다. 그야말로 동문은 탈진 상태로 자신들이 수련 받았던 병원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접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1)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를 해소한다. 2) 필수의료는 전 국민 보장을 강화한다. 3) 공공 보건의료 인력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의료 대학원을 설립한다. 4) 공공 보건의료는 거버넌스(공공경영)를 구축한다.
지방정부의 역할과 전문성 확대, 정부 내 수평적 거버넌스 구축, 국립중앙의료원을 필수의료 국가 중앙센터로 기능 확대한다. 이렇게 거대한 계획과 꿈을 안고 설계한 계획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의료정책을 잘할 수 있는 의료 정책 전문 인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100년 대계 먼 훗날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의료를 짊어지고 갈 후배들에게 꼭 필요하다. 한편으로 의료계는 국가의 정책에 맞는 의료인력양성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역할도 필요하다. 투쟁만 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좀 더 현명하게 전략적으로 개발하여 연구해 봐야 할 문제이다. 의협 차원에서 의료정책에 관여하는 인력에 대해 연구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방의 공공의료가 부실한 이유는 결국 과도한 업무,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환경에 의료 인력의 잦은 이직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공 보건의료대학(원)을 세워 최고의 지원과 지속적인 관리를 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OECD 국가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평균 53.5%에 비해 우리나라는 5.8%로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가 키운 전문 의료 인력이 의료의 현실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더욱 나은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바람이고 책무라 생각된다. 정도를 가는 진료를 하면 의사의 품위는 자동으로 잘 지켜지고 충분한 대우를 받는 그런 시스템을 우리는 원한다.
의료에 관한 모든 정책과 의료와 관련된 정부의 공공단체에 의료인이 자리를 지켜 정책을 이끌고 나간다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 모든 자리를 비의료인에 맡기다 보면 의사들은 한낱 기술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2018년 11월 17일 국립중앙의료원 60주년 기념행사를 하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경제와 의료는 세계 속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950년대의 가난 속에서 각국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고 전 국민은 의료 보험 혜택을 받는 의료복지 국가가 되었다.
‘하면 된다’라는 신념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공의료대학(원)을 반드시 세워 세계적인 공공의료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