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5월 25일에는 둘째 아들인 윤호가 전주 이씨인 혜원이와 서울의 영보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사돈은 파주종합고등학교 이강석 교장이다.
7월 8일에는 나의 회갑날이 되어 내가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제자들이 와서 식당의 음식을 장만하였고, 많은 내빈과 제자가 참석한 가운데 회갑기념논문집을 받고 기념식을 거행하게 되니 내 생애에 몇 번 안 되는 화려한 자리를 맛보았다.
오랜만에 8월 17일 영동농업학교 동기동창모임을 우리집에서 가졌다. 민속촌에도 갈수 있게 입장표까지 미리 준비하였으나, 비가 오고하여 우리집에서 먹고 마시고 끝내고 말았다.
1988년에 가을에서부터 그 다음해까지 농업중앙회에서 농업박물관을 만들게 되어 필자가 식품부분에 대한 진열품품목을 선정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식품을 눈으로 보기에 실물과 똑같이 보이게 만드는 공장에 가보았더니 정말 이것도 예술이라 할 만 하다. 진열한 식품의 하나로 잼류의 하나인 마머레이드를 만들라 했으나, 실제로 시장에서 실물을 잘 구할 수 없어 말로 설명을 하여 만들게 하였다.
그런데 그 제품이 신통치 않아 다시 만들라고 하니 울상이다. 그 이유는 다른 것과 달리 마머레이드는 젤리 내부에 오렌지 껍질 조각이 적당히 퍼져 있는 것이므로 이것을 만들려면 양초를 조금씩 넣고 거기에 귤껍질을 놓고 굳힌 뒤에 다시 초를 넣고 껍질을 넣어 굳히는 것을 수없이 되풀이하여 한 사람이 하루 종일 걸려서 1개를 만들었다 한다. 그러나 실물과 너무 거리가 있음을 어떻게 하랴. 다시 만들 수밖에.
장인어른의 회혼식
1987년이 되었다. 2월 20일에는 장인과 장모내외분의 회혼식을 서울 강남에 있는 대려도에서 거행하였다. 보통, 식당주인도 회혼식이라 하면 잘 모른다. 모를 수밖에 두 분이 결혼하신지 60년이 되는 해에 다시 결혼식에서의 신랑과 신부와 같이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쓰고 예를 올리는 이것이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장인, 장모님의 연세가 77세와 80세가 되시니 이와 같이 내외분이 오래 사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더욱이 결혼하여 60년이나 더 사시게 된다는 것은 대단힌 드문 일이리라. 부디 두 분 다 함께 건강하시어 오래오래 사시고 천수를 다하시기를 비는 바이다.
O O O
2월 23일에 아내와 둘이서 차를 몰고 백암온천에 갔다. 그날 자고 다음날 강능, 양양, 한계령을 거쳐 귀가하였다.
6월 17일 셋째딸 영호가 전국 공예품경진대회에 출품하여 KOEX에서 디자인포장센터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9월 6일 오래전에 미국에 갔던 사촌처남이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고국에 돌아와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돌아갔다.
9월 17일 잠실에서 열리는 세계올림픽대회 개막기념식에 아내와 둘이서 참석하였다.
12월 24일에 둘째 딸 순호가 서울 대아예식장에서 밀약박씨 남걸 군과 결혼을 하였다. 사돈은 박명렬 씨이다.
윤호, 해운회사에 정착하다
둘째아들 윤호는 1980년 2월 부산에 있는 해양대학의 항해과를 여러 가지 사연도 없지 않았으나 이럭저럭 졸업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가 해양대학 학생은 다같이 1학년 때부터 ROTC였으나 윤호는 졸업과 동시에 해군소위로 예편이 되었다. 그러나 졸업 후 2년 이내에 2년간 외국을 다니는 외항선을 타야만 군복무를 면제받게 되어있었다.
그러므로 졸업한 후에는 먼저 군복무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외국을 다니는 해운회사에 취직을 하여 배를 타는 것이 급선무였다. 따라서 윤호도 2등 항해사로서 학교를 졸업한 직후에 대양해운회사에 취직하였다가 아자해운회사, 그리고 한미해운회사로 옮겨 가면서 약 3년간 근무를 하여 1등항해사가 되고 군복무는 충분히 다하게 되었다.
그러나 배를 타는 마도로스 생활이라는 것이 책에서 읽어 흔히 느끼는 바와 같은 그러한 푸른 파도를 헤쳐가며 사나이의 꿈을 키우는 남아로서의 어쩌구.... 하는 식의 낭만이 깃든 동경의 대상으로만의 생활은 아니다.
망망대해를 몇 주일이나 갈매기를 벗 삼아 그것도 심야의 어느 정해진 시간에 배의 안전운행의 책임을 다해야만 하고 때로는 폭풍우를 만나게 되면 더 어려운 고난을 겪어야 하는 고되고 외로운 근무생활을 해야 한다.
옛날에 돈이 없어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할 때 배를 타면 그래도 잘하면 한꺼번에 몫 돈을 벌수 있어서 동경할 때와는 달리 근래에 와서는 대체적으로 의식주는 충족되는 세상이니 가족과도 멀리 떨어지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승선생활을 기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호도 장차 결혼을 시켜 안정된 사회생활을 이룩하게 하려면 어느 곳이나 해운회사의 육상근무를 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더욱이 그 당시에는 해운계에 몇 년에 걸친 불황이 계속되어 정부의 방침으로 해운계가 몇 개 회사로의 통합작업이 진행되던 때라 더욱 어려웠다. 그렇다고 배를 계속 타게 되면 영영 뱃사람이 되게 마련이고, 육상에서 근무할 기회는 더욱 멀어져 가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계속해서 배를 타게 되면 머지않아 곧 선장이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그 직위에 맞는 육상근무 자리는 더더욱 얻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해상과 육상 근무는 그 요령이 다르므로 선장은 육상사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여러 가지로 해운회사의 육상근무의 자리를 물색하였으나, 여간하여 찾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아버지로서 나의 심정도 아무 도울 길도 없이 안타깝기 한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신문광고를 보아 은성해운의 직원모집에 시험을 쳐서 요행히 채용이 되어 85년 11월 1일부터 근무하게 되었다.
그후 88년 4월에 협운해운으로 옮겨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91년 7월부터 차장으로 승진되어 이럭저럭 육상근무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