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진학 계획의 변경 (17회)
  제2장 중고등학교 시절

총학생장과 총무부장에게 기율부가 후배들 앞에서 동급생을 구타하는데, 너희들은 말리지도 않고 왜 가만히 있느냐고 따졌다. 
“간부회의를 열지 않았으니 대답할 수 없어.”

오만방자한 태도가 역겨웠다. 
“야, 학생간부가 되니까 삼권을 장악한 것 같으냐? 임마. 너희들은 뭘 잘한다고 까불어.” 

맨 앞에 앉아 공부만 열심히 하는 꼬마가 가소로웠던 모양이다. 
“이 새끼 봐. 간덩어리가 배 밖으로 나왔구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덩치가 큰 총무부장이 이층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학교의 이층은 언짢은 학생들을 구타하는 장소다. 

“건방진 놈” 하더니 주먹이 날아들었다. 날쌔게 피하여 한방 먹였다. 쓰러지는 것을 바람을 가르며 옆차기를 했다. 딱 두 방에 일을 끝내고 교실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총무부장은 병원에 가서 째진 입안을 치료하고, 발로 채일 때 쓰러지며 낡은 판때기에 걸려 허벅지가 많이 찢어져 여러 바늘을 꿰매고 왔다. 단둘이 순간적인 일이기에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총무무장의 이야기를 듣고, 반장이자 학생장이 담임선생님에게 보고했다. 2교시 수업 중에 급사가 불러 교무실로 갔다. 담임선생님은 불문곡직하고 엎드려뻗쳐 해놓고는 몽둥이로 궁둥이를 다섯 대 때리고는 왜 구타했는지를 물으셨다. 자초지종을 다 말씀 드렸다. 

담임선생님은 “어떤 경우라도 학생을 때려 줄 일이 있으면 나에게 먼저 사정을 말하고 행동해라. 약속하겠나.”
“예!”

“그럼 학생주임 선생님께 가서 빌어.”
“선생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학생주임은 담임과의 대화를 다 듣고 계셨다. 
“좋아. 학생이면 그런 의협심이 있어야 해. 잘했어. 가봐.”

나는 무죄석방이 되었다. 더욱이 칭찬까지 들었다. 사건은 예서 끝나지 않았다. 총무부장의 형이 육군 CID(범죄수사대)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CID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다. 군용 백차가 학교로 와서, 나는 학교건물 옆으로 불려갔다. 반장은 총무부장의 형이 CID인데 잘못했다고 무조건 빌라고 했다. 아니면 큰일 난다고 했다. 

“애개! 요것한태 맞았단 말야.” 
자그마한 내 꼴을 보고 가소로운 모양이다. 
“치료비를 물어내라. 그렇지 않으면 잡아가겠다.”
“저는 부모도 없는 고학생인데요. 돈이 없어요.”
“요것 봐라. 간덩이가 부었구만.”
주먹이 날아들었다. 날쌔게 피했다. 총무부장의 형은 동생보다도 덩치가 작았다. 
 
“짜식, 너도 맞아야 되겠구만. 임마, CID이면 다야.”
학생들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삥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 59년 고교생의 모습

나는 윗옷을 벗어던졌다. CID고 뭐고 뵈는 것이 없었다. 정말 나는 간이 큰가보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반장은 교무실로 뛰어가 담임선생님을 모셔왔다. 
“이거, 뭐하는 거요? 따라오쇼.”

친구의 형과 나는 교무실로 들어갔다. 
“애는 부모도 없고 혼자 공부하는 고학생이오. 내가 애 부모이니 나에게 말하시오. 학부형이면 먼저 담임에게 찾아와 상의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요?”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죄송하다며 돌아갔다. 그것으로 사건은 끝났다. 그 사건 이후 나는 공부도 1등, 주먹도 1등, 나는 졸지에 영웅이 된듯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참으로 겁이 없는 아이였다. 그 사람 말처럼 나는 간이 배밖으로 나온 아이였을까? 

나는 약방에서 ‘카페나(잠 안오는 약)’을 먹고 잤다. 그러면 두 시간만 자면 저절로 잠에서 깨어난다. 약국 마루의 난롯가에 앉아 밤을 꼬박 새워 공부했다. 육군사관학교가 아니면 공부할 길이 없다. 그 당시 육군사관학교는 신체검사를 먼저 실시하고, 합격자에게 학과 시험을 보게 했다. 

“너, 육사의 신체검사 규정을 아니?”
“예.”
“그런데, 너는 신장미달이잖아.”
“뒤꿈치를 조금 들면 합격할 텐데, 무서워서 못 들었어요.”
“허허. 그놈! 가봐라.” 

웃을 일이 아니다. 앞이 컴컴했다. 한 가닥 희망이던 육사에 못 가게 되니 앞길이 막힌 것이다. 

나는 약국의 점원이 되면서 약의 진열순서에 ?따라 원가와 판매가를 기록하고, 약의 용도를 익히었다. 주인이 외출할 경우 손님이 오면 조제실에 들어가 기록을 살짝 보고 약을 팔았다. 주인은 그런 나를 무척 대견해하시며 귀여워하셨다. 

악국 주인 정남훈 씨는 내가 야간대학에 가면 학비 일체를 대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남대문에 있는 2년제 문리사대(현 명지대학교)에 들어가 고려대 법학과로 편입하려고 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국어를 잘했고, 영락성경구락부 국어 선생님이신 유병춘 선생님은 “너는 고려대 기질이니 고려대로 가라.”고 하셨다. 그러나 기질만 고려맨(高大man)이면 저절로 고려대에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왕 공부했으니 고려대에 시험이나 보고 싶었다. 

고려대 합격자 발표 날에 가보니, 합격자의 방에 내 이름이 선명하다. 고려대는 영화에서 보아왔던 돌로 쌓은 유럽의 성과 같았다. 오지도 못할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고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 못난 놈. 제가 공부 못해 떨어지고 울기는 왜 울어......’ 하고 비웃었을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국어를 잘했고, 영락성경구락부 국어 선생님이신 유병춘 선생님은 “너는 고려대 기질이니 고려대로 가라.”고 하셨다. 그러나 기질만 고려맨(高大man)이면 저절로 고려대에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왕 공부했으니 고려대에 시험이나 보고 싶었다. 

고려대 합격자 발표 날에 가보니, 합격자의 방에 내 이름이 선명하다. 고려대는 영화에서 보아왔던 돌로 쌓은 유럽의 성과 같았다. 오지도 못할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고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 못난 놈. 제가 공부 못해 떨어지고 우릭는 왜 울어......’ 하고 비웃었을 것이다.

 
  남산고등학교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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