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 건설의 꿈 (71화)
  제10장 [부록] 칼럼1

올해 8.15는 46번째로 맞는 광복절이었다. 36년간의 긴 세월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한반도가 두 동강 나는 비운을 맞이하여 오늘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그 철벽같았던 분단의 장벽도 서서히 무너져가는 기운이 보이는 듯하다. 남북공동탁구팀 출전이 그렇고, 또한 남북청소년 축구팀이 선전한 것만 모아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지난 9월 새벽,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을 결정한 것은 우리를 더욱 설레게 한다. 이념이 무엇이기에 뜨거운 동포애를 이다지도 짓밟아왔다는 말인가?

성급한 생각일는지는 모르나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그때에 한반도에 새로운 통일국가의 새 수도는 어디가 가장 적당한 곳인가를 구상해보게 된다. 

현재의 서울은 한마디로 초만원이다. 한강이며 남산과 북한산이 있어 다 좋다. 그러나 한 가지 큰 문제점은 인구가 과밀하다는 점이다. 현재 남한 인구의 4분의 1이 몰려있고, 더욱이 수도권 인구까지 합한다면 남한 인구 전체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다. 만약 통일이 된 후에라도 계속 수도로서 존속하게 된다면, 서울의 인구는 급상승하여 콩나물시루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 나라에서 인구가 기형적으로 몰리게 됨은 지역의 균형발전에 크게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은 조선의 오백년 도읍지였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무학대사도 조선의 도읍지로서 오백년을 예언한 바가 있지 아니한가?

평양은 옛날 고구려의 도읍지였다. 대동강이 있고 부벽루가 있어 좋지만, 어디까지나 평양은 고구려의 도읍지로서 남겨두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개성은 고려의 도읍지였다. 송악산이 잇고, 예성강이 있어 좋지만 이곳 또한 고려의 도읍지로서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개성은 개발보다는 고려 유적의 보존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3의 장소를 생각해내지 않을 수 없다. 새 도읍지로서의 조건은 넓은 지형, 가용할 수 있는 수자원, 편리한 교통망, 쉽게 매입할 수 있는 부지(敷地), 한반도에서 너무 치우치지 않는 중심지 등이 될 것이다. 만약 비무장지대 내에서 부지를 선정하게 된다면 부지 구입비, 기존 건축물 등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며, 또한 통일시(統一市)로서의 의미도 지니게 될 것이다. 

여러 예상지역 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머리에 떠오른다. 다름 아닌 6.25 전쟁 시에 북한의 주요 남침공격로의 하나였고, 동란 중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 중의 하나인 철의 삼각지 철원과 평강을 잇는 평강고원평야(平康高原平野)인 것이다. 
 
▲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DMZ를 경계로 한 남북의 풍경인데, 아래의 황금들녘이 철원평야이며 그 너머 보이는 산야가 북측의 평강고원이다

위치상으로 보면 백두산에서 한라산을 잇는 대각선 상의 중간지점이고, 신의주에서 부산을 잇는 대각선상에서도 중간이 되며, 동서 허리선상에서도 중간이요, 남북축으로 보아도 중간지점이 된다. 마치 인체에서 본다면 배꼽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곳은 강원도에서 제일 가는 평야로 광활하기가 이를 데 없다. 

교통망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원산을 잇는 경원선 철도가 지나고 국도와 지방도가 놓여 있으며, 서울과 원산은 물론 개성, 평양, 춘천 등지에서도 접근 가능한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상수도원도 좋은 편이다. 봉래호가 있어 수원지로서 적합하며, 한탄강과 임진강의 상류지역이 되므로 댐만 건설한다면 식수원으로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예상된다. 

또 이곳은 비무장지대인지라 건축물들이 없기 때문에 신도시 건설에 장애물이 없는 것이 유리한 점이라 하겠다. 이곳은 지주가 없기 때문에 부지 구입에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 지역은 역사의 불모지만도 아니다. 고구려가 망하고 후고구려를 건설한 궁예(弓裔)가 국호를 태봉(泰封)으로 하고 도읍지를 정한 곳이 철원(鐵原, 옛 지명은 동주이다)지금도 궁예성터의 유적지가 남아 있다. 말하자면 이곳은 후고구려의 짧은 도읍지가 된다. 

이 지역은 남북통일이 된 후에 통일국가의 새로운 수도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적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수도로서 부지가 선정된 후에 브라질의 신 수도인 브라질리아 등과 같이 쾌적하고 이상적인 새로운 행정도시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삼부(三府)를 포함한 정부 건물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업ㅂ무지역 주택지역들도 조화있게 배치하여 이 지역들이 모두 숲속에 파묻힌 듯한 녹색의 전원도시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완벽한 상수도는 물론이려니와 프랑스 파리에 버금가는 하수도 처리, 거미줄 같은 지하철망 등 토목건설부터 이상적으로 해서, 파냈다가 묻었다가 반복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를 한 후에 지상에다가는 예술품 같은 건물들을 세워야 할 것이다. 모든 정부 건물이든 아파트 건물이든 간에 잔디와 화초와 우거진 나무들이 쫙 들어서서, 잿빛도시가 아니라 녹색의 도시를 건설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분단의 아픔을 훨훨 털어버리고 칠천만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 통일이 되는 날을 맞이하여, 새 정부가 들어설 이상적인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게 될 때가 오기를 학수고대해ㅔ본다. 

(대구일보 아침시론, 1991.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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