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소천
어머니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소중한 분이다. 특별히 나와 어머니 관계는 잊지 못할 귀한 추억이 많으신 분이다. 내가 부모와 처자를 남겨 두고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와 있을 때 나를 만나 보기 위해 그 위험한 38선을 넘어 오셔서 나를 만나고 다시 돌아가는 그야말로 자식을 위해서는 생명이라도 바치겠다는 심정으로 오셨던 어머니시다.
6.25 전쟁이 한참이던 때 아군이 압록강까지 북진을 했을 때 나 또한 어렵게 4년 만에 가서 어머니를 만났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또 다시 1.4 후퇴의 피난길을 떠나게 되었고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두고온 가재를 지키신다고 홀몸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신 것이 그만 또다시 이별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강한 의지로 참고 견디시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또다시 그 험한 휴전선을 넘어와 극적인 만남을 이루게 된 어머니시다.
어머님의 신앙심은 누구보다도 강하셔서 북에 계실 때에도 새벽 기도회에는 별로 빠져본 적이 없었지만 남으로 오셔서 영등포교회에 등록을 한 후에도 새벽기도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믿음의 소유자이시다. 그러므로 영등포교회 방지일 목사님 시무 때 권사로 취임하고는 어느 해인가 새 신자 인도 상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교회를 위해 봉사를 하신 분이시다.
어머님이 회갑을 맞이할 때에는 내가 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이어서 화려한 육순잔치는 못 해드렸지만 그런대로 그 당시에는 손꼽히던 한국회관에서 가족들만 모여 회갑연을 해 드렸는데 내가 어머님 은혜의 노래를 불러 드리면서 노래 부르는 내가 오히려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영등포교회 방지일 목사께서 예배인도와 말씀을 해주시고 도림동교회 유병관 목사께서 축사를 해 주시던 추억도 새롭다.
그 후부터는 근심걱정을 놓으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나 열심히 나가시며 여생을 보내시도록 하여 드렸지만 70세가 가까워지면서는 당뇨로 인해 백내장이 생겨 시력이 약해져 양쪽 눈을 다 백내장 수술을 하였던 것이다. 그때만 하여도 의술이 발달되지 못해 그랬는지 광명한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시고 많은 불편을 느끼시면서 여생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육체적 불편은 다소 있었을지 모르나 심적 불편은 없을 정도로 돌보아 드렸던 그 고부간의 정의가 교회에까지 알려져 고 강신명 목사님은 두 사람의 예화를 들을 정도였다.
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어서 83세의 연세로 1982년 11월 30일 비록 노년기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계시다가 소천하시었다. 장지는 새문안교회 묘지 양지바른 곳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수년 후 북에서 돌아가신 아버님의 묘소는 한 번도 찾아뵐 수가 없기 때문에 아버님의 위패를 석판에 새겨 어머님 무덤에 같이 합장을 하고, 묘비에는 아버님 성함과 어머님 성함을 같이 새겨서 모시는 것으로 하였다. 그 후 묘소를 찾을 때마다 두 분의 존함을 읽으며 명상과 기도로 추모를 하고 있다.
나의 신앙생활
내가 기독교에 입문하게 된 것은 황해도 신천으로 나와 17세 때 이웃 할아버지의 전도를 받고서부터다. 교회에 처음 나갈 때에는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취미가 있어서 나갔던 것이 아마도 숨김없는 고백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나는 어려서부터 하모니카 불기를 좋아했고 이웃사람이 치는 기타 소리에 매혹되어 기타 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교회에 나가면서는 관악부에 들어 클라리넷과 트럼펫이나 트럼본 등을 손쉽게 배워서 열심히 불었고 또 성가대에서 찬양하는 등 다방면의 음악활동을 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 회고록 처음 기독교입문에서도 기술했듯이 소련 공산군이 침입하고 김일성 공산정치가 시작되면서 교회를 탄압하기 시작해 그들을 피하기 위해 월남하게 된 것이 결국은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하겠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좀 더 큰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공산정권을 탈출하게 하시고 그 험한 38선을 넘게 하시고 서울에 와서는 음악을 전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음악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시었다.
이런 것을 그 당시는 그저 인생살이의 한 과정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하나님께서는 분명 이 모든 것을 예지 예정해 놓고 계시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만일 예수님을 몰랐더라면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모름지기 지금쯤 북한에 있으면서 그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그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북한 실정을 본다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6.25를 통해서 모진 고생을 다했지만 그 험악한 전화 속에서도 우리가족 모두를 손끝만한 상처 하나도 나지 않도록 지켜 주시고 또 남북으로 헤어졌던 가족이 다시 만나는 기쁨도 주신 것은 무엇으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 후 지금까지 지내오는 동안 주님께서는 우리 가정에 많은 축복과 은혜를 내리어 주셨다.
그 중에서도 자손에 대한 축복이다. 그것도 남자 셋 여자 셋 공평하게 6남매를 주셨다. 그 6남매가 모두 건강하고 건전하게 성장하여 그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모두 최고학부까지 고등교육을 마칠 수 있게 하시고 이제 모두 장성하여 주님을 잘 섬기는 가정을 이루도록 축복해 주신 은혜 더욱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부족한 저에게는 장로의 직분을 허락해 주시고 또 아내 이춘명에게도 권사의 직분을 허락하시어 주님을 섬길 수 있게 하시고 더욱 금년으로 결혼 60주년을 맞이하도록 가정적으로 축복해 주신 하나님 은혜 감사한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나의 신앙생활의 경력을 더듬어 본다. 서울에 와서 음악수업을 마치고 서울에서 6.25 사변을 당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아군이 북진하는 뒤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 4년 동안 헤어졌던 가족을 상봉하는 기쁨을 맞이하였다. 이는 오직 그동안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굳건한 믿음의 생활과 기도의 결과로 이루어졌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공군의 참전으로 또다시 1.4후퇴라는 민족의 대탈출작전인 후퇴를 하여 1년여 동안 피난살이를 하다가 서울수복과 동시에 서울로 돌아와 영등포 문래동에 잠시 정착을 하면서 그곳 가까운 곳에 있는 도림동교회에 등록을 하고 성가대를 지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교회에서 1953년 12월 21일 최초로 서리 집사직을 받게 되었다. (도림동교회 70년사에 기록)
그 후 약 20년 동안 몇 교회를 거쳐 다니면서 성가대 지휘를 하였는데 주거지를 강북인 필운동으로 옮기면서부터는 지휘생활을 청산하였다.
